[횡설수설]박영균/발암물질

  • 입력 2002년 12월 12일 18시 45분


감자는 주로 쪄 먹었던 기억이 많다. 냄비에 적당히 물을 넣고 찐 감자 몇 알을 소금에 찍어 먹으면 간식으로는 그만이었다. 감자는 영양학적으로도 거의 완벽한 식품이라고 한다. 감자에 많이 들어 있는 비타민C는 암세포의 증식을 둔하게 하고 발암물질의 발생도 억제한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감자를 많이 먹으면 오래 산다’는 말도 있다. 그런데 이 좋은 감자를 고온에서 튀기면 달라지는 모양이다. 바삭바삭 고소한 감자칩이나 튀김에 발암물질로 의심되는 물질이 있느니 없느니 시끄러우니 말이다.

▷감자칩뿐만이 아니다. 학계에서 새 연구 결과가 나올 때마다 발암물질 종류가 늘고 기피대상 식품은 많아진다. 제대로 가공되지 않은 구운 소금과 일부 죽염에서 발암물질인 다이옥신이 나왔다는 발표가 있었고, 올리브기름에서 발암물질이 나왔다는 보도도 있었다. 최근 미국에선 피부암을 일으키는 태양자외선 등 15종류의 새로운 물질을 포함한 228가지의 제10차 발암물질 명단이 발표됐다. 이렇게 발표되는 발암관련물질을 모두 따져서 가리다 보면 먹을 것도 입을 것도 거의 없을 것 같다.

▷감자칩에서 발견된 문제의 물질은 ‘아크릴아미드’라는 무색투명의 결정체이다. 동물실험에서 암을 일으키는 물질로 확인됐으나 사람에게도 암을 일으키는지는 확실치 않다. 오븐에서 빵이나 과자를 구울 때 갈색으로 변하는 부분, 바로 고소한 맛을 내는 부분이 이 물질과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비스킷 건빵 시리얼 등에서도 검출됐다니 어린이들이 먹을 수 있는 간식거리도 사라지지 않을까 걱정이다. 인체에 나쁘다는 보고가 없어 기피식품으로 지정되지는 않았다니 그나마 다행이다.

▷건강을 돌보지 않는 것도 문제지만 지나치게 건강에 집착하는 것도 병이다. 아무런 병이 없는데도 스스로 심각한 질병에 걸렸다고 잘못 생각하는 ‘건강염려증(Hypochondriasis)’이야말로 약도 없는 병이다. 아크릴아미드란 물질은 당장 우리에게 병을 일으키지는 않지만 이로 인해 ‘건강염려증’에 걸리는 사람이 늘어날 것 같다. 이미 아크릴아미드가 들어간 식품을 오랫동안 많이 먹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걱정한다고 해서 해결될 일도 아니다. 다행히 우리 전통의 조리법대로 삶거나 쪄 먹으면 괜찮고, 섭씨 120도 이하에서는 아크릴아미드도 생기지 않으니 장시간 굽거나 튀기지만 말라고 한다. 과학자들이 더 확실히 밝혀야 하겠지만 아직 확실치 않은 발암 가능성을 지레 걱정하기보다는 흡연 대기오염 등 확인된 발암물질부터 제거하는 일이 더 급하다.

박영균 논설위원 parkyk@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