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승표의 스포츠의학]‘과학 소비자’가 되자

  • 입력 2002년 12월 10일 17시 36분


3년차 골퍼인 박씨(39세)는 최근 스윙 감각이 좋아지면서 연습장에서 살다시피 하다가 팔꿈치 통증이 생기고 말았다. 다음은 의사를 찾아가서 나눈 대화 내용.

박씨:“선생님 스윙 중 왼쪽 팔꿈치에 통증이 오는데 어떻게 해야 하죠?”

의사:“골프 안 치시면 되잖아요….”

실망한 박씨는 결국 관절에 좋다는 보조 식품을 먹고 있지만 좀처럼 나을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현대 의학은 그 근거를 의과학에 두고 있지만, 아쉽게도 과학은 인체에서 벌어지는 현상을 모두 설명하지 못한다. 때로는 의사와 환자간에 지식의 차이가 크지 않은 경우도 많다. 어차피 같이 모르는 일이니까….

이런 ‘과학의 한계’가 종종 환자와 의사간에 불협화음을 일으키는 주 원인이 된다. 같이 모르는 문제에 대해서 의사는 ‘괜찮다’ ‘좀 지켜보자’ 등의 애매한 표현을 한다. 속으로는 ‘내가 뭐 하느님인줄 아나?’라고 불평하면서... 반면 환자는 모든 것을 다 알고 있어야 할 의사가 실력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해서 큰 일 날 것 까지는 없다. 과학의 발달과 행복 지수가 비례하는 것은 아니니까.

과학의 한계 보다도 훨씬 더 큰 문제는, 이런 상황을 악용하는 사기꾼들이 많다는 것이다. 여러 가지 모양으로 포장된 의료 사기꾼들은 과학의 한계를 비판하면서, 자신만이 해결할 수 있는 것처럼 이야기 한다. 이것이 궁지에 처한 환자의 귀를 가볍게 만들고…

상식적인 치료가 이루어 지려면 의사, 환자 모두 현명한 ‘과학 소비자(science consumer)’가 되어야 한다. 과학을 끊임 없이 받아들여 소비하는 의사는 뒤쳐지지 않는 치료를 하고, 그것을 환자가 이해하도록 설명을 해준다. 과학의 한계를 알기 때문에 항상 의외의 상황에 대비한다. 또 경험의 가치를 더도 덜도 아니게 사용한다.

한편 현명한 ‘과학 소비자’인 환자는 상식적인 치료를 선택할 수 있다. 과학의 한계를 알기 때문에 의사에게 맡겨야 할 일과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잘 구분하여 노력한다. 막연한 기대보다는 현실을 인식하고 노력하기 때문에 질병과 싸우기 보다는 질병을 다스려 나간다. 최선의 치료는 이렇게 의사, 환자 모두 겸손한 자세로 같이 노력하는 가운데 이루어진다.

모두가 ‘과학자’가 될 필요는 없지만, ‘과학 소비자’가 될 필요는 있다.

은승표/코리아 스포츠메디슨 센터·코리아 정형외과 원장 http://kosm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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