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집권 5년 성적이 '內債위기' 라니

  • 입력 2002년 12월 5일 18시 29분


국가와 가정이 빚더미에 치여 경제위기를 걱정해야 할 정도로 나라 꼴이 말이 아니다. 이대로 가면 5년 전 외환위기와는 다른 경제위기에 빠질 수도 있다니 통탄스러운 일이다. 국제통화기금(IMF)에서 구제금융을 지원받고 경제주권을 넘겨줬던 쓰라린 경험이 되살아나 몸서리치게 한다.

1997년 외환위기의 원인이었던 과다한 기업부채는 이제 고스란히 정부와 가정이 떠안고 있다. 기업부채는 5년 전에 비해 약 280조원 줄어 650조원 수준인 반면 국가 부채는 62조원 늘어난 122조원, 가계빚은 213조원이 불어나 424조원이나 된다. 전체 은행대출의 40%를 차지하고 있는 가계대출이 부실화되면 금융위기로 이어질 수 있어 걱정이 크다.

사정이 이런데도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는 현 정권의 안이한 인식과 무책임한 태도가 더 문제다. 공식적인 국가부채는 122조원에 불과하고 국내총생산의 22% 수준이어서 재정상태가 아직은 건전하다는 정부의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공기업의 채무와 각종 연금에서 정부가 책임져야 하는 부분에다 국가보증채무까지 합치면 실제로는 760조원에 이른다는 분석이 나올 정도가 아닌가.

이런 위기는 정부의 경제실책이 자초한 것이다. 2000년 말 이른바 IMF ‘졸업’ 이후 정부가 인기영합적 정책을 편 결과이다. ‘소비가 미덕’이라면서 정부가 경기를 살리려고 내수를 부추기고 공적자금을 이곳저곳에 퍼부은 결과가 바로 국가부채와 가계빚이다. 5년 전에는 국민의 혈세를 투입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나랏빚이 많아져 재정에 역할을 기대하기도 어려우니 사정은 한치도 나을 게 없다.

차기 정권에 이렇게 ‘위험한 경제’를 물려주는 현 정권은 전 정권을 비난할 자격도 없다. 정부와 가정이 빚더미에 눌려 있는데 내년에 수출마저 회복되지 않는다면 경제가 경착륙하면서 실업과 부도사태라는 불행한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 위기의 경제를 물려받을 대선후보들은 과연 경제를 수렁에서 건져 낼 방책을 갖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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