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8월의 저편 179…전안례(奠雁禮)

  • 입력 2002년 11월 21일 17시 35분


인희는 뒤에서 동생을 껴안는 자세로 파란 치마의 끈을 인혜의 가슴 위에 묶어 주었다.

“안 조이나?”

“괜찮다”

“꽉 조여야지 안 그라면 흘러내려서 영 볼품없다. 젖이 불었네”

“뭐라꼬?” 인혜는 고개를 뒤로 비틀었다.

“속이 울렁울렁 하거나 배가 좀 딴딴해진다 싶으면 참지 말고 눈짓해라, 지금이 제일 중요한 시기니까” 끝자락 밑으로 파란 치마가 약간 드러나 보이게 조절하면서 인희는 동생의 몸에 빨간 치마를 두르고 끈을 묶었다. 빨강과 파랑은 남녀 합일을 상징한다.

“…알고 있었나?”

“알고 있었제. 니는 무슨 일이든 다 표정에 드러난다 아이가. 하지만 아버지하고 어머니하고 오빠는 모른다. 우리들만 안다”

“우리들? 그라면 인경이 인영이 인유, 세 언니들도 다 알고 있나?” 인혜는 저고리 깃을 여미고 제 손으로 고름을 묶었다.

“물론이제” 인희는 색동과 한삼이 달려 있는 황록색 원삼을 동생에게 입혀 주었다. 탐스런 모란과 알록달록 나비가 수놓인 신부 의상이다.

“연길이는?” 이라고 물으면서 인혜는 원삼의 고름을 묶으려 했다.

“그건 안 묶는다, 이렇게 겹쳐서 축 늘어뜨리는 거다. 아이고, 연길이가 우째 아노, 열여섯 밖에 안 됐는데”

“우철씨하고 두 살 차이밖에 없다”

“그래도 할 건 다 하네” 인희는 금실로 壽 한 글자를 수놓은 새빨간 대대(大帶)를 인혜의 가슴에 두르고 등뒤에다 나비 모양으로 묶었다.

“올 초제? 들어선 거. 그라면 시월쯤에 태어날 테니까. 마 첫날밤에 아 가졌다고 하면 된다. 하기사 낳을 때는 다 알게 되겠지만, 끝이 좋으면 만사 다 좋은 거다. 인혜야, 꿈에 곰이나 큰곰이 안 보이더냐?”

“눈뜨면 다 잊어버린다”

인희는 방금 전에 자기가 올려준 쪽 위에 진주, 비취, 금, 은, 홍옥, 산호, 석웅황, 마노로 장식한 화관을 씌우고, 용이 새겨져 있는 금비녀를 쪽에 찔렀다. 그리고 비녀 양끝에 앞댕기를 감아 가슴 앞으로 늘어뜨렸다. 그 다음에는 꽃, 새, 석류, 수복(壽福) 무늬를 금박한 도투락 댕기를 쪽에 씌우고 등뒤로 늘어뜨렸다.

유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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