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박용옥/'강육약식'의 위협

  • 입력 2002년 11월 17일 18시 56분


우리는 흔히 자연계 질서를 약육강식(弱肉强食)의 생존법칙으로 이해한다. 지구의 자연 생태계뿐만 아니라 은하계에서도 큰 별이 주변의 작은 행성을 잡아먹는다. 그러면서 전체적으로 균형과 조화를 유지해 나간다는 것이다. 미 항공우주국(NASA) 과학자들은 은하계 내 약 4∼8%의 별들이 주변 행성들을 흡수하고 있음을 과학적으로 증명했다고 한다. 인류 역사도 통상 전쟁의 역사로, 또는 민족이나 나라들의 흥망성쇠의 역사로 기술되고 있다는 면에서 약육강식과 적자생존의 생존경쟁 원리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 같다. 오늘날의 국제관계나 국제법을 강자와 약자간의 불평등 관계를 정당화하는 과정이나 수단으로 분석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일 것이다.

▷그런데 요즘 우리는 국제사회에서 새로운 현상을 목격하고 있다. 즉 약육강식의 기존질서를 정면으로 위협하는 강육약식(强肉弱食)의 도전을 보고 있는 것이다. 세계 최강인 미국이 몇몇 테러리스트들의 상상을 초월하는 야만적인 공격으로 1941년 일본의 진주만 공격 때보다 더 큰 인명손실과 심대한 경제적 피해를 보았고, 현재 소재불명의 불특정 다수에 대한 반테러전쟁을 수행하는 가운데 이라크 공격까지 준비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선진 군사강국들이 자랑하는 첨단무기체계와 군사전략도 경제적으로나 군사적으로는 보잘것없는 테러집단 또는 소위 ‘불량국가’들의 테러나 생화학무기 사용 같은 공격전술에는 속수무책이라 할 수 있다.

▷자연생태계나 은하계의 균형 조화 질서가 파괴된다는 것은 인류 생존환경에 대한 재앙을 의미한다. 다행히도 자연계에는 약육강식의 생존법칙에 도전하는 강육약식의 물리적 위협은 존재하지 않는 것 같다. 따라서 인간이 인위적으로 파괴하지 않는 한 자연계의 질서는 유지된다. 그러나 인간사회는 다르다. 약육강식의 기존질서에 대한 강육약식 유형의 도전이 가능한 것이다. 특히 핵무기, 생화학무기 등 대량살상무기의 확산은 이들 도전세력의 영향력과 물리적 강제력을 크게 증대시킨다.

▷기존질서에 대한 도전이 반드시 나쁜 것은 아니다. 그러나 기본인권조차 박탈하며 절대 권력을 휘두르는 독재자들에 의한 도전은 저지돼야 한다. 이들의 절대적 독재권력 자체가 인간사회에 대한 재앙이기 때문이다. 오늘날 남북한 관계도 강자의 입장에서 상대방을 포용하려는 남한과 이를 거부하며 강육약식 유형의 생존을 추구하는 북한 사이의 갈등관계로 볼 수 있지 않을까. 또 이 갈등도 결국은 자연의 섭리에 따라 해소될 수밖에 없지 않을까.

박용옥 객원논설위원 전 국방부 차관 yongokp@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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