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정치권, 불법파업에 굴복말아야

  • 입력 2002년 11월 5일 18시 22분


대통령선거를 40여일 앞둔 한국 사회가 불법 파업으로 크게 흔들리고 있는 것은 참으로 개탄스럽다. 공무원들은 정부의 만류와 징계 방침을 비웃듯 연 이틀 연가 투쟁에 나섰고 노동계는 때맞춰 ‘총파업 투쟁’에 돌입했다. 공무원노조는 공무원의 노동3권 완전보장을 외치고 민주노총은 정부가 국회에 내놓은 주5일 근무제 법안 등을 철회하라고 다그친다.

이 모두가 불법 파업이다. 아직 법외단체인 공무원노조가 주도하는 공무원들의 단체행동은 그 형식이 어떠하든 엄연한 불법이며, 민주노총의 총파업 또한 ‘대(對)정부 투쟁 성격의 정치 파업’으로 명백한 불법이다. 사회경제적 파장과 손실이 엄청난 이 같은 불법 파업은 정권 말기를 틈타 집단이기주의를 실현하려는 비열한 행동이다.

정부는 연가투쟁에 참여한 공무원노조원들에 대해 감봉 이상의 중징계를 하겠다고 했으나 4일과 5일 이틀 동안 2만여명의 공무원이 연가 투쟁에 동참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로 인해 민원인들은 고통을 받아야 했고 지방자치단체의 업무는 혼란에 빠졌다. 일부 지자체의 경우 중앙정부의 연가 불허 방침에도 불구하고 소속 공무원의 연가를 허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무원 표를 의식한 일부 지자체장들의 잘못된 선택을 지역 유권자들은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국회가 문제 법안들의 처리에 분명한 태도를 보이지 않고 있는 것도 불법 파업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정치권이 대선을 앞두고 거대 이익집단의 눈치나 보면 사회는 혼돈 속으로 빠져들게 마련이다. 정치권이 눈 앞의 표 때문에 이익집단의 요구에 굴복해 법안 처리를 미루거나 변질된 내용을 통과시킨다면 그 부작용은 오랫동안 국민 전체의 부담으로 남을 것이다.

정치권은 불법 파업에 원칙을 갖고 단호히 대처하는 것이 더 많은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는 길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임기 말의 정부가 최근 이틀간 불법 집단행동에 엄격하게 대처한 것은 인상적이다. 법치를 위한 정부의 더욱 강한 의지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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