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중 북한대사 회견]北 '핵포기 국제압력'에 맞불

  • 입력 2002년 11월 1일 18시 42분


1일 최진수(崔鎭洙·사진) 주중 북한대사의 긴급 기자회견은 북한이 농축우라늄 핵개발 계획을 시인한 이후 쏟아지는 국제사회의 비난에 대한 ‘맞불작전’의 성격을 띠고 있다. 북한은 외무성 대변인이 지난달 25일 미국의 ‘선(先) 핵폐기’ 요구를 거부하는 담화를 발표한 뒤 각종 방송매체와 재외공관을 이용해 적극 북한의 입장을 홍보하고 있다.

이날 오후 3시(현지 시간) 베이징(北京) 대사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북한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미국이 북한의 불가침조약 체결 요구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주중 북한대사관의 한 관계자는 이날 낮 “최 대사가 긴급 기자회견을 가진다”며 베이징 주재 외신기자단을 대사관으로 초청했다. 특히 북한대사관측이 한국기자단까지 포함시켜 회견을 가진 것은 예전과 다른 모습이었다.

하지만 이날 최 대사의 언급은 북한이 외무성 대변인 담화 이후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담화(10월 29일), 노동신문 보도(29일), 박의춘(朴義春) 주러 북한대사의 외신기자회견(31일), 중앙통신 보도(1일) 등을 통해 재강조한 외무성 대변인 담화내용을 되풀이한 것에 불과했다. 이틀 전 박의춘 주러 북한대사도 “우리는 미국 대통령 특사에게 미국의 핵 위협으로부터 주권과 생존권을 보호하기 위해 핵무기는 물론 더 강한 무기도 보유할 권리가 있음을 분명히 했다”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의 잇따른 대외홍보 움직임은 북한의 핵보유 움직임을 정당화하고 자신들의 입장을 구체화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북한의 이 같은 움직임은 미국이 선 핵폐기 요구 외에 구체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기 때문에 시간을 벌면서 내부적인 대응을 준비하는 과정으로도 분석된다. 따라서 8일경 도쿄(東京)에서 열리는 한미일 대북정책조정감독그룹(TCOG) 회의 등을 통해 한미일의 구체적인 대응이 나오기 전까지는 북한의 대외 홍보 움직임은 지속될 전망이다.

특히 지난달 27일 멕시코에서 열린 한미일 3국 정상회담에 이어 각종 국제회의에서 북한의 핵개발 움직임을 비난하고 북한의 선 핵폐기를 촉구하는 움직임이 확산되자 이에 대응한다는 성격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으로서는 대외 언론매체가 부족한 마당에 대남 전용인 평양방송과 대내전용인 중앙방송 등으로는 ‘코너’에 몰릴 수밖에 없다고 판단한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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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진수 주중北대사 일문일답

한편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이날 논평에서 북-미 불가침조약 체결을 거듭 촉구한 뒤 “미국이 선 핵계획 포기론을 내세우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 부당한 논리”라고 주장했다.

김영식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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