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서장훈-김주성 동지에서 적으로

  • 입력 2002년 10월 16일 17시 58분


‘동지에서 맞수로!’.

만리장성 중국을 넘어 20년 만에 한국 남자농구의 숙원을 푼 ‘아시아 최강의 트윈타워’ 서장훈(2m7·삼성 썬더스)과 김주성(2m5·TG 엑서스). 이들 앞에서 세계 최고 높이의 이명훈(2m35·북한)과 올 미국프로농구(NBA) 신인 드래프트 1순위 지명자 야오밍(2m26·중국)도 울고 갔다.

부산아시아경기의 빛나는 전과로 꼽히는 남자농구 중국격파는 미국 유력지 USA투데이가 ‘NBA드림팀이 세계농수선수권 8강에서 탈락한 것보다 더 큰 이변’이라고 보도할 만큼 충격적인 사건. 인터넷 포털사이트 NHN이 네티즌을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무려 52.9%가 남자농구 결승전을 부산대회 하이라이트로 꼽았다.

기적을 일군 두 주인공이 이제 새로운 데뷔를 준비하고 있다. 26일 개막하는 2002-2003애니콜 프로농구대회가 그 무대.

김주성은 올 해 드래프트에서 1순위를 차지한 특급 신인. 올해 7번째 프로시즌을 맞는 서장훈 또한 ‘늙은 신인’이다. 사상 최고의 몸값(4억3100만원)을 받고 삼성 유니폼으로 갈아입은 뒤 처음 출전하는 대회이기 때문이다.

서장훈은 이번 부산아시아경기에서 ‘늙은 신인’의 각오를 확실히 보여줬다. 구르는 공을 잡으려 코트 바닥으로 몸을 던지는 모습이나, 리바운드 뒤 전력질주해 하프라인을 넘어서는 모습이나, 모두 예전엔 결코 볼 수 없는 장면이었다. 그만큼 정신무장이 새로워졌다는 뜻이리라. 완숙기에 접어든 기량과 야오밍에 밀리지 않을 정도의 파워. 여기에 투지까지 갖춘다면 올 시즌은 충분히 서장훈의 시즌이 될 수 있다. 김주성은 서장훈을 견제할 만한 유일한 토종선수. 스피드와 정확한 슈팅은 오히려 서장훈을 능가한다. 야오밍은 “지난해 동아시아대회에서 맞붙었을 때보다 김주성의 기량이 훨씬 늘었다”고 평가했다.

이들의 ‘예고된 대결’은 농구인들에게 초미의 관심사. 김진 대표팀 감독(동양 오리온스 감독)은 “수비만 놓고 보면 장훈이는 센터로, 주성이는 파워포워드 자리에서 가장 강하다”며 “공격력에서는 아직 장훈이가 한수 위”라고 평가했다. 박한 대한농구협회 전무이사는 아직 두 선수를 비교하기가 이르다는 입장. ‘서장훈의 노련미’ 못지않게 ‘김주성의 가능성’에도 무게를 두고 있는 것이다.

■서장훈 한마디 “주성이는 스피드-순발력 뛰어나”

-김주성의 프로 데뷔를 라이벌 등장으로 봐도 될까.

“김주성과는 나이도 5년이나 차이나고 서로 전성기도 다르다. 굳이 라이벌로 보고싶지 않다.”

-김주성의 장점을 꼽는다면…

“그런 큰 키에서 나오기 힘든 스피드와 유연성, 순발력을 갖췄다. 항상 열심히 훈련하고 성실하기에 경험만 쌓이면 아시아 정상급 선수로 성장할 것이다. 지금도 내가 할 수 없는 휼륭한 플레이를 하고 있지 않은가.”

-김주성이 앞으로 보완해야 할 점이라면…

“체중이다. 용병들과 몸싸움을 해야할 센터로는 너무 가볍다. 그동안 국제무대에서 나 혼자 지키던 골밑을 함께 버틸 수 있게 돼 반갑다.”

■김주성 한마디 “장훈이형 정확한 슈팅이 부러워”

-부산아시아경기에서 가장 큰 소득은…

“야오밍같은 키 큰 선수들을 상대로 어떻게 경기해야 할지를 알게 된 점이다.”

-서장훈과 함께 경기를 치른 소감은…

“장훈이형은 언제나 느끼는 것이지만 용병에게도 밀리지 않는 한국 최고의 센터다. 상대에 따라 경기를 풀어 가는 경기운영 능력과 몸싸움, 골밑 위치선정이 내가 따라가기에 벅찬 부분이었다.”

-서장훈의 장단점을 꼽는다면…

“무엇보다도 정확한 슈팅이 부럽다. 단점을 말하기는 이르다.”

-자신이 가장 시급히 보완해야 할 점은…

“체중을 늘리고 웨이트로 근력을 키우는 것이다. 10kg 정도만 늘리면 골밑싸움에서도 밀리지 않을 자신이 있다.”

김상호기자 hyangs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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