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칼럼]이헌출/주주 신뢰 얻으려면 ROE 챙겨라

  • 입력 2002년 10월 11일 18시 35분


최근 해외 투자설명회(IR)나 기관투자가 콘퍼런스 등에 참가해 해외 유수의 투자자들을 만날 때마다 반드시 받는 질문이 현재의 자기자본이익률(ROE)과 향후의 ROE 유지계획에 관한 것이다.

워낙 외형에 익숙한 우리나라 기업의 경영자로서 매출규모나 이익규모에는 큰 관심이 없고 유독 ROE만을 특별히 중시하는 투자자들을 접하면서 많은 것을 느낀다.

ROE는 주주들의 투자자금으로 얼마나 높은 수익을 내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로 ROE가 높을수록 자기자본이 효율적으로 운영됐음을 나타낸다. 그동안 우리는 말로만 주주중시경영을 외쳐 왔지만 정작 주주들이 무엇을 가장 중시하는지를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주주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첫째로 중요한 것은 자기가 투자한 돈이 얼마만큼 이익을 내고 있느냐일 것이다.

이 경우 절대액수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예를 들어 자기자본이 1000억원인 A기업이 100억원의 이익을 낸 것보다 자기자본 500억원으로 100억원의 이익을 낸 B기업이 더 가치가 있다. 즉 A기업의 ROE는 10%이나 B기업의 ROE는 20%이다. 따라서 주주들은 ROE가 높은 기업에는 더 많은 투자를 할 것이지만, ROE가 낮은 기업에는 투자를 줄이거나 철수까지 고려할 것이다.

둘째로 주주에게 중요한 것은 ROE를 어떻게 안정적으로 유지하느냐는 것이다. 지금 당장 ROE가 낮더라도 향후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거나, 지금 어느 정도 만족할 수준의 ROE를 향후에도 유지할 수 있느냐이다.

해외투자자들의 이야기를 잘 살펴보면 일정수준의 ROE를 이룩해 낼 회사 자산이 없으면 대폭 배당을 실시해서 ROE의 수준을 유지하든지, 또는 자사주 매입 소각을 통해 자기자본을 줄여서 ROE를 유지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물론 투자수익만을 목적으로 하는 투자자들의 경우에는 회사의 장기적 발전보다는 주주의 단기적 이익에만 치우칠 우려가 있다는 반론이 충분히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기업은 주주의 투자 없이는 존재하지 않는다. 주주의 이익을 지켜가면서도 장기적인 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하다. 최근 주주들의 권익 보호를 위한 제도적 장치가 속속 갖추어지고, 외국인투자자들의 영향력이 높아지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ROE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따라서 한국 기업들도 진정한 주주 중시경영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ROE를 더욱 중시하는 쪽으로 방향을 바꿔야 할 것이다. 적정 ROE를 달성하여 주주들의 재산을 보호하고 필요할 때는 배당금 지급과 자사주 매입을 통하여 언제든지 주주가치를 유지하고 증대시킬 수 있는 기업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한가지 강조하고 싶은 점은 기업의 배당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바뀔 필요가 있다고 본다. 기업이 배당을 많이 하는 경우, 이를 부(富)의 사외 유출이 아닌가 하는 곱지 않은 시선이 아직 우리 사회에 팽배해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배당도 적정 ROE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수단이라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특히 지금은 누구에게나 힘든 시기이다.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예측가능성도 떨어지고 있다. 그러나 이런 시기일수록 주주 권익과 배당을 중시하고 ROE로 실적을 평가받는 글로벌 스탠더드 경영이 장기적으로 좋은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이헌출 LG카드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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