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닮고 싶고 되고 싶은 과학자]채연석 박사

  • 입력 2002년 9월 29일 17시 24분


국내 로켓 개발의 건수자인 채연석 박사. - 사진제공 이만홍 작가
국내 로켓 개발의 건수자인 채연석 박사. - 사진제공 이만홍 작가
“요즘 김남일 선수가 왜 뜨는지 아세요?”

인터뷰가 시작되자 채연석 박사(51)는 약간은 느닷없는 질문을 던졌다. 월드컵 스타 김남일 선수는 청소년에게 모범생이 아니어도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라고 설명하며, 과학계에서도 청소년의 모델이 되기 위해서는 천재 아닌 사람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채 박사는 서슴지 않고 자신을 ‘과학계의 김남일’이라고 소개했다. 실제로 학교 다닐 때 성적이 우수하지 못했고 소위 일류대 출신도 아니다.

하지만 채 박사는 죽는 날까지 끊임없이 로켓에 대해 연구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자신을 ‘성공한 사람’이라고 믿을 만큼 로켓에 미친 과학자다. 현재 ‘한국의 NASA’인 항공우주연구원에서 선임연구부장을 맡고 있는 채 박사는 로켓 연구에 수십년을 매진해 왔다. 어릴 적부터 로켓을 좋아했던 그는 고등학교 2학년 때 로켓 실험을 하다가 한쪽 고막을 크게 다치기도 했는데, 이때의 일이 평생 로켓을 연구하게 된 계기가 됐다고 한다.

로켓 분야는 어릴 적 그가 꿈을 꿀 당시만 해도 그리 전망이 밝지는 않았다. 다행히 미국에서 항공우주공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을 때 마침 한국에서는 항공우주연구원의 전신인 천문우주과학연구소가 출범했고, 그는 여기에 합류해 국내 로켓 개발에 뛰어들었다. 목표가 좋으면 노력 끝에 결국은 길이 열린다는 채 박사의 지론이 확인되는 순간이었다.

요즘 이공계를 기피하는 사회분위기 속에 방황하는 학생들에게 채 박사는 “21세기는 과학의 시대입니다. 이공계가 대우받을 수밖에 없는 시절이 곧 옵니다”며 확신을 갖고 충고한다. 특히 재능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학생들이 이공계를 기피하는 것은 국가뿐만 아니라 본인에게도 큰 손해라는 것.

채 박사는 한국인은 조상 대대로 손재주가 좋아 과학적이고 창조적인 피를 지니고 있다고 믿는다. 대학 때 그가 직접 고서를 연구해 복원한 조선시대 로켓인 신기전의 설계도에서 0.3㎜에 해당하는 매우 작은 단위가 등장한다는 점만을 보더라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고 한다.

“앞으로 10년 뒤를 바라보고 공부해야 하는 청소년에게 로켓을 비롯한 국내 항공우주 분야는 유망하다”고 채 박사는 강조한다. 2005년이면 전남 외나로도에 건설될 우주센터에서 우리 우주발사체로 우리 위성을 쏘아 올릴 수 있고, 2010년이면 지구 저궤도 위성을 독자적으로 개발해 2015년에는 외국에 수출할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또 항공우주 분야는 자국의 국력과도 직결되므로 선진국에서 기술 이전을 꺼리는 탓에 우리나라 자체 기술이 절실한 형편이다.

채 박사는 1990년대 초 일찌감치 로켓연료로 액체연료의 중요성을 인식해 액체연료 로켓을 연구하기 시작했고, 1997년에는 액체연료를 이용한 과학로켓 KSR-Ⅲ를 개발하는 데 착수했다. 올 11월 말 발사 실험을 앞두고 있는 KSR-Ш는 무게 100kg짜리 위성을 쏘아 올릴 수 있는 위성발사체 KSLV-1로 가는 교두보다. 2005년에 KSLV-1의 발사가 성공하면 우리나라도 우주개발국가 대열에 진입하게 된다. 그의 꿈이 마침내 이루어지는 것이다.

이충환 동아사이언스기자 cosmos@donga.com

▼채연석 박사는▼

미국과 옛소련이 우주개발 경쟁을 벌이던 1960년대에 초등학교를 다니며 로켓에 대한 신문기사를 스크랩했다. 당시 도랑에 빠진 신문에서도 로켓 기사를 찾아다닐 정도로 관심이 컸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교내에서 로켓 동아리 활동을 했다. 경희대 물리학과를 다니던 시절에는 한국우주로켓클럽에 참여했고 월간 ‘학생과학’에 로켓 이야기를 1년 반 동안 인기리에 연재했다. 1972년에는 이를 ‘로켓과 우주여행’이라는 제목의 단행본으로 출판하기도 했다. 이밖에 로켓과 고대 화약무기에 관한 저서가 여러 편 있다.

1987년 미국 미시시피주립대학에서 항공우주공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은 후 귀국해 1988년 천문우주과학연구소에서 선임연구원을 시작으로 국내 로켓추진기관 연구의 핵심을 담당하게 된다. 현재는 선임연구부장으로 연구원의 모든 연구개발과제를 돌보며 2005년 우리나라가 자력으로 인공위성을 처음 쏘아 올릴 예정인 우주발사체 KSLV-1의 개발방안을 구상하는 데 몰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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