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Special12ALM채권B1등 ‘암호’같은 펀드이름

  • 입력 2002년 9월 16일 19시 00분


‘삼성멤버스Special12ALM채권B1’(삼성) ‘GallopKorea뉴하일드A12Ⅱ채권A1’(대한) ‘뉴패러다임IC채권3M-5KM’(현대) ‘KM01비과세추가형국공채A-1’(한국)

국내에서 수탁액이 가장 많은 4대 투신운용사가 운용하는 국공채형 펀드의 이름은 무슨 뜻인지 짐작할 수조차 없다.

우선 이름이 너무 길다. 일반인들은 ‘채권’ 이외의 문자와 숫자가 무슨 뜻인지를 알기가 쉽지 않다. 영어와 숫자가 많이 쓰여 마치 암호처럼 보인다.

다른 펀드들도 마찬가지. 이 때문에 투자자들은 “펀드는 어려운 것”이라는 선입견을 갖게 된다. 심지어 가입한 펀드 이름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해 인터넷에서 자료를 찾는 데 어려움을 느끼기도 한다.

우재룡 한국펀드평가 사장은 “간접투자가 활성화되려면 펀드 이름부터 쉬워져야 한다”고 말한다. 어디에 얼마나 투자하고 어떻게 운영되는지 쉽게 나타내면서도 투자자가 기억하기 쉬워야 한다는 것.

하지만 펀드 이름을 짓는 운용사 관계자들은 “우리도 그런 이름을 짓고 싶다”고 항변한다. 일부러 어려운 이름을 짓는 게 아니라 국내 펀드산업의 구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것이다.

박병우 투자신탁협회 상품팀장은 “투자자 보호수단인 운용실적 공시 등을 위해 규정상 상품을 세밀하게 분류하도록 돼 있어 여기에 따라 이름을 짓다 보면 길고 어렵게 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국내 펀드 수는 15일 현재 6026개로 미국 다음으로 많다. 더구나 크기가 작은 펀드가 한 달에도 수백 개나 생기고 사라지는 펀드 ‘단소(短小)’화 현상이 심하다.

고석만 대한투신증권 상품관리팀장은 “이미 썼던 이름은 피해야 하고 쉽고 잘 기억되는 이름은 다 써버려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한국투신이나 현대투신 등은 해마다 한두 번씩 고객과 직원들에게 펀드 이름을 공모해 모아두고 사용하기도 한다.

최근 몇몇 회사를 중심으로 이름 쉽게 짓기 움직임이 일어나고는 있지만 이 같은 구조적인 문제 때문에 큰 변화는 일어나지 않고 있다.

신석호기자 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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