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축구]남북을 잇는 스포츠의 힘

  • 입력 2002년 9월 4일 17시 53분


7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개최될 남북통일축구대회를 맞이하여 2002한일월드컵에서 보여주었던 국민들의 관심이 다시 축구에 모아지고 있다. 서해교전 이후 긴장된 남북관계의 경색 국면을 통일축구와 아시아경기대회 같은 스포츠 이벤트를 통해 화해 분위기로 회복하고자 하는 남북한 간의 극적인 합의가 이루어진 듯 하다.

분단 반세기를 지나온 긴 역사를 통해 남북한간에 이루어진 여러 형태의 교류 중 가장 가시적이고, 실질적인 성과를 거둔 분야는 체육교류라 할 수 있다. 1970년대 이전부터 시작된 남북체육교류는 올림픽 경기나 아시아경기대회 등 각종 국제경기대회 때마다 협력체제를 모색 하고자하는 노력이 비교적 꾸준히 지속되어왔다. 그 결과 91년 세계청소년축구대회와 세계탁구선수권대회의 단일팀 구성, 시드니올림픽에서의 남북 동시 입장과 같은 민족공동체 의식의 회복 계기를 마련하는데 성공하였다.

또한 90년 서울과 평양에서 번갈아 열렸던 통일축구대회를 통해 격렬한 경기 직후 손을 맞잡고 함께 기뻐하는 감격적인 모습도 지켜볼 수 있었다. 그 동안의 남북체육교류가 보여준 진정한 의미는 반세기 이상의 분단으로 심화된 남북간의 이질성을 스포츠를 통해 극복하고 민족의 동질성을 회복하는데 있다고 할 수 있다.

스포츠가 지닌 특성 중의 하나가 바로 사회통합과 일체감 형성이다. 즉 스포츠는 경쟁과 선의의 대결을 통해 지역공동체나 민족공동체의 일체감을 불러일으켜 사회통합과 국민화합의 기폭제로 작용한다. 각 사회 구성원은 용모, 출신 성분, 성, 교육정도, 사회·경제적 지위가 상이한 이질적 존재이나 스포츠를 통하여 공통적인 감정을 유발시킴으로써 사회통합 및 일체감을 형성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남미의 브라질 같은 나라는 잡다한 인종, 빈부의 격차, 종교갈등, 양극단의 이데올로기, 원주민에 대한 차별이 극심한 이질적인 사회이지만 축구를 통해 상호 일체감을 형성하고 있다. 또한 스포츠 참가는 동료사이에서 뿐만 아니라, 적대 관계에 놓여 있는 상대편 사이에서도 강한 연대의식과 우애감을 생성하여 주는 역할을 발휘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활발하고 지속적인 체육교류야 말로 대결구도에 의한 남북한간의 이질감 해소와 통일 이후의 남북 관계에 있어서도 효과적으로 기능 할 수 있는 초석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 6월 우리는 월드컵을 통해 역사상 유래 없는 환희와 감격을 체험하였다. 월드컵은 우리 스스로 위대한 국민이란 자긍심을 갖게 하였으며 전 국토를 수놓은 붉은 물결은 계층간, 세대간의 벽을 허물고 ‘하나’라는 상징적 의미를 가슴속 깊이 심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또한 대외적으로 축구강국의 이미지를 전세계에 심어주었을 뿐만 아니라, 전쟁과 분단의 이미지를 탈피하여 세계의 중심 가운데 우뚝 선 한국의 잠재력을 확인시키는 계기를 마련하였다.

이제 월드컵의 열기를 남북통일축구대회와 아시아경기대회로 몰아갈 때이다. 남북선수들을 동시에 응원할 수 있는 만남의 공간이 이번 통일축구대회와 부산아시아경기대회를 통해 열린 이상, 비정치적 분야에서의 긴장완화와 관계 개선을 위해 민족적 일체감과 공동체 의식을 형성할 수 있는 절호의 호기로 작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6월 함성의 여세를 다시 한번 집중시켜 한민족이 하나되어 ‘통일한국’을 외치는 감격적인 모습을 기대해 본다.

임번장 서울대교수(체육과학연구원 원장) limbj@sports.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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