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는 내친구]길거리 농구 지존 ‘어시스트6’

  • 입력 2002년 8월 13일 17시 38분


“세계대회에 나가서도 남자답게 싸울겁니다”라고 각오를 밝히는 고등부 우승팀 ‘어시스트 6’ 멤버들. 왼쪽부터 강지훈 정명준 김주덕 김동훈. /전 창기자 jeon@donga.com
“세계대회에 나가서도 남자답게 싸울겁니다”라고 각오를 밝히는 고등부 우승팀 ‘어시스트 6’ 멤버들. 왼쪽부터 강지훈 정명준 김주덕 김동훈. /전 창기자 jeon@donga.com
“우리가 길거리 농구의 ‘지존’입니다, 하하하.”

경남 창원지역 길거리 농구팀인 ‘어시스트 6’. 11일 서울 올림픽공원에서 열린 아디다스 길거리 농구대회 고등부에서 우승을 차지한 뒤 승리를 만끽하고 있었다.

아디다스대회는 1800여개팀 1만여명이 참가한 국내최대규모의 길거리 농구대회. 7월20일부터 5개 지역예선을 거쳐 이날 최후의 승자를 결정지었다.

3명이 반쪽짜리 농구코트에서 뛰는 3대3 길거리농구의 팀구성은 후보까지 4명. 길거리농구클럽 ‘어시스트’의 6기라는 의미로 ‘어시스트 6’이라고 팀명을 지었단다.

주장인 ‘강지’ 강지훈군(18·창원남고2)은 상대를 속이는 미들슛이 일품. “좌우로 몸을 흔들다가 던지면 (상대가) 꼼짝못하죠.” 포지션은 파워포워드로 1m86.

11일 열린 아디다스 길거리 농구 고등부 결승전에서 양팀 선수들이 프로선수 못지않은 기량과 투혼을 보여주고 있다.
항상 볼을 건네 달라고 애걸한다고 해서 별명이 ‘앵벌이’인 가드 정명준군(창원기계공고2)은 경기운영능력을 장점으로 내세운다. “파울로 잘라야할 때는 가차없이 하죠.”

‘쭈댁’ 김주덕군(중앙고2)은 1m78의 상대적으로 작은 키이지만 수비와 리바운드가 장기.

2점슛이건 3점슛이건 상관없이 던지면 들어간다고 해서 ‘삼동’이라고 불리는 김동훈군(경일고2)는 올라운드 플레이어. “‘남자답게 힘있게’가 인생의 목표”란다. 그래서 그런지 고비 때마다 그의 슛으로 우승까지 차지할 수 있었다.

우승을 차지한 ‘어시스트 6’은 31일부터 중국 상하이에서 벌어지는 아디다스 세계길거리농구대회에 한국대표로 참가하게 된다. 국가대표선수는 고사하고 등록된 선수도 아닌 일반학생이 국제대회에 나간다는 것은 ‘가문의 영광’으로 치부될 정도의 일.

그러나 이들이 그동안 이곳 저곳 공터를 돌아다니며 흘린 땀을 안다면 ‘영광’이 그냥 생긴게 아니라는 것을 단번에 알 수 있다.

각자 다른 학교에 다니는 이들이 만난 것은 중학교 2학년 때부터. 서로의 실력을 곁눈질로 알아본 이들은 의기투합했고 그때부터 많게는 하루에 12시간씩 농구공을 함께 만졌단다.

그렇다고 이들이 공부를 게을리하는 것도 아니다. 고등학교에 진학한 이후로는 평일엔 농구공을 만지지 않는다. 아니 워낙 ‘할 일’이 많아 만질 수 없다는게 정답일 듯. 대신 주말에는 어김없이 공터, 심지어는 교회 지하강당에 까지 찾아가 볼을 튀긴다.

이들이 이번 대회에서 치른 경기는 부산지역 예선대회 8번, 서울 결선 5번 등 모두 13번. 특히 결선 5게임은 11일 하루동안 모두 치렀다. 이번 대회가 한 게임에 12분∼15분씩이었지만 ‘쇠못도 씹어먹는’ 강철체력이 아니고선 버틸 수 없는 강행군.

서울팀 ‘NYM’과의 결승전은 극적이었다. 9-9로 동점상황에서 종료 6초전 김동훈군이 상대파울로 자유투를 얻어냈고 침착하게 슛을 꽂아 넣어 10-9로 승리를 챙겼다.

태극전사처럼 무릎을 꿇은 채 두 팔을 들어올리고 감격해하는 세러머니도 잊지 않았다.

결선 두 번째 경기에선 잇단 퇴장으로 2명만 남은 상태에서 김동훈군이 버저비터를 터뜨려 역전승을 거두기도 했다.

댓가? 혹독했다. 김군은 결선에서만 안경을 두 개나 깨뜨렸고 오른쪽 눈 밑도 상대 팔꿈치에 맞아 찢어졌다. 정명준도 왼쪽 허벅지 부상을 당했다.

혹시 정식 농구선수가 되고 싶은 생각은 없을까? “전혀요” 이구동성이다.

왜 그럴까? “코트에 서면 목숨을 걸지만 농구는 즐기는 것이지 인생을 걸고 싶지는 않다”는게 이들이 내세우는 이유다.

전 창기자 jeon@donga.com

▼길거리 농구는…▼

길거리농구는 미국 흑인 청소년들이 주차장이나 공터에서 볼 하나를 가지고 자유롭게 논데서 기원을 찾을 수 있다. 3명이 한팀이며 정식코트의 절반만 사용해 체력소모가 적다. 득점은 야투와 자유투가 1점. 일반농구의 3점라인 밖에서의 슛이 2점이다.

정작 정식으로 길거리농구대회가 열린 곳은 미국이 아닌 독일이었다. 92년 독일 베를린에서 아디다스가 개최한 대회가 시초. 국내에선 나이키가 93년 처음으로 길거리 농구대회를 개최했다. 스포츠용품 메이커 뿐만 아니라 한국농구연맹(KBL), 지방자치단체들에서 앞다투어 길거리 농구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길거리농구의 최대 장점은 ‘스스로 즐긴다’는 것. 스스로 팀을 짜서 상대팀을 찾아 경기를 갖는다. 와우바스켓(www.wowbasket.com)과 스트리트바스켓볼(www.streetbasketball.com) 등 길거리농구 전문사이트에서 경기주선을 받을 수 있다.

전 창기자 j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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