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의혹만 키운 ‘테이프 제출’

  • 입력 2002년 8월 12일 18시 16분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대통령후보 아들의 병역면제 의혹을 폭로한 김대업(金大業)씨측이 어제 국군수도병원 부사관을 지낸 김도술씨의 진술을 담았다고 하는 녹취테이프 1개와 녹취록을 검찰에 제출함으로써 이 사건 수사는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하지만 의혹은 더 커지고 있다.

우선 김대업씨측이 검찰 기자실에 공개한 녹취록의 상당 부분이 지워져 있어 문맥을 정확하게 이해하기 어렵다. 검찰에 테이프를 제출하기 전에 이미 녹취내용을 꽤 구체적으로 밝혔던 김씨측이 이같이 ‘이 빠진’ 녹취록을 공개한 것은 의혹을 부풀리기 위한 의도가 개입된 게 아니냐는 의심을 불러일으킨다. 김씨측이 “테이프 수십개가 더 있는데, 상황을 봐 가며 모두 공개할 용의가 있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문제는 검찰이다. 지금까지 이 사건 수사의 전개 양상을 볼 때 수사의 주체가 검찰이 아니라 김씨측인 것처럼 여겨지기 때문이다. 검찰이 더 이상 김씨측에 끌려가는 듯한 인상을 주어서는 안 된다.

검찰이 수사과정을 둘러싼 불필요한 오해를 피하기 위해서는 김씨측이 가지고 있다고 하는 모든 테이프를 당장 확보해야 한다. 검찰 간부도 인정했듯이 테이프가 이 사건의 최대 관심사라면 이를 먼저 확보하는 것이 수사의 올바른 순서라고 생각한다. 증거인멸을 막고 실체적 진실을 신속하게 규명하기 위해서도 테이프 확보는 급선무일 것이다.

검찰은 쌍방고소사건이므로 한쪽 당사자에게 일방적인 증거 제출을 강요할 수 없는 입장이라고 하지만 이 사건은 일반적인 고소사건과는 다르다. 수사결과에 따라 정치권 전체가 요동칠 수 있는 폭발력을 갖고 있는 만큼 보다 철저한 진상 규명 의지가 필요하다.

또한 어느 쪽에서도 한 점 의혹을 사지 않는 수사과정을 거쳐야만 수사결과가 설득력을 가질 수 있음을 검찰은 유념해야 한다. 테이프 유무 논란을 방치하는 것 자체가 의혹을 증폭시키는 한 요인이 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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