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마당]조은경/´고위공직자 비리조사처´ 만들자

  • 입력 2002년 8월 4일 18시 15분


우리 사회의 부패실태를 진단하고 그 해결방안을 논의하는 모 지방자치단체 주관의 정책토론회 자리였다. 중간 휴식시간에 한 공무원이 “아직도 뇌물을 받으며 일 처리를 하는 간 큰 공무원이 있는지 의문스럽다”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사실 한국에서는 성실하면서도 묵묵히 일하는 많은 공직자들보다는 권력과 연계되어 힘을 행사할 수 있는 고위층이나 정치권, 그리고 일부 몰염치한 하급직의 비리가 더 심각한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권력의 실체에 가까이 있는 고위공직자 및 정치권의 부정부패를 척결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들은 아직 상당히 미흡한 실정이다.

현재 권력형 부패를 척결하기 위해 제시되고 있는 여러 방안 중에서 중요하게 다루어지고 있는 것은 5가지 정도이다.

첫째는 ‘고위 공직자비리 조사처’의 신설이다. 대통령 및 그 친인척, 국정원장 국세청장 등 고위공직자, 검찰총장을 비롯한 검찰내부 인사와 관련된 각종 비리의혹을 중립적 입장에서 조사하고 처리하는 장치가 필요하다는 요구에서 나온 것이다.

둘째는 정치자금법 개정이다. 정치자금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단일계좌사용, 수입 지출내용 신고 의무화, 100만원 이상 후원자의 신원 공개, 수표사용 의무화 등을 법적으로 규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셋째는 자금세탁방지제도 관련법의 개정이다. 불법 비자금이나 뇌물은 주로 현금으로 주고받는다. 그래서 사과상자에는 현금이 얼마가 들어간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현재 고액 현금거래를 통한 돈세탁을 규제할 적절한 수단이 없다. 더 큰 문제는 금융정보분석원의 계좌추적권이 해외거래에 한정되어 있다는 점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갖는 거래에 대한 분석정보를 계좌추적권이 없는 선거관리위원회에 통보해 사전 소명기회를 제공함으로써 해당 정치인에게 증거인멸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이다.

넷째는 공직자윤리법의 전면개정이다. 이 법에는 특정 직위 이상의 고위공직자 및 가족에 대한 재산등록 및 공개 의무 규정이 있다. 그러나 일부 공개대상 가족들은 프라이버시 침해라는 이유로 직계 존 비속의 고지 거부규정을 악용해 재산공개를 거부했다. 그러므로 고지거부권 삭제, 신종 로비수단으로 동원된 고위공직자의 주식거래 내용 완전공개, 금품수수 후 대가성이 없다고 발뺌할 수 있는 떡값 명목의 뇌물수수 처벌 강화 등의 방향으로 이 법을 개정해야 한다.

다섯째는 검찰청법의 개정이다. 검찰총장 인사청문회 실시, 검찰인사의 공정성 확보를 위해 검찰인사위원회에 외부인사를 참여시키는 방안 등이 주된 논점이다. 12월19일에는 대통령 선거가 실시된다. 각 당 대통령후보들은 부정부패 만연이 현 시점에서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국가적 과제라는 데 의견일치를 보이고 있다. 많은 국민 역시 이러한 인식에 공감하고 각 당의 반부패 움직임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그 평가가 투표결과와 무관하게 나타나지는 않을 것이다.

조은경 서울시립대 반부패행정시스템연구소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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