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청문회하듯 후보자 살펴야

  • 입력 2002년 8월 4일 17시 44분


13개 선거구에 51명이 출마한 8·8 재·보선이 사흘 앞으로 다가왔으나 지금 정치권은 ‘딴전’을 피우고 있다. 사상 최대 규모인 이번 재·보선 결과에 따라 원내 판도는 물론 정치구도도 크게 바뀔 가능성이 있는데, 정치권 공방의 주된 소재는 여전히 재·보선 후보자들이 아니라 대통령후보나 당대표 등을 둘러싼 의혹이다. 재·보선전인지 대선전인지 구별이 안될 정도여서 이번 재·보선 역시 정치권의 암묵적 담합에 의해 ‘감춰진 선거’가 되고 있는 듯한 인상이다.

우리는 정치권이 얼마 전 나름대로 ‘엄정한’ 청문회를 거쳐 장상(張裳) 국무총리지명자의 임명동의안을 부결시킨 것을 기억한다. 그 과정에서 적지 않은 국민이 의원들을 향해 “그러면 당신들은 어떠한가”라며 의문을 제기한 것도 함께 기억한다.

정치권은 6·13 지방선거가 끝난 지 두 달도 채 되지 않았지만, 광역단체장 당선자의 절반과 기초단체장 당선자의 3분의 1가량이 검찰에 입건된 사실에 유념할 필요가 있다. 일부 단체장들의 자질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는 것도 새겨봐야 한다. 무엇보다도 재·보선 지역 13곳 중 7곳은 재작년 총선 때 당선자의 불법행위 때문에 또 다시 막대한 세금이 소요되는 낭비적인 선거가 치러지는 것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선거는 인준에, 선거전은 청문회에 비유할 수 있다. 그러나 주권자인 국민의 신성한 선택인 선거는 국회 인준보다도 더욱 엄정해야 한다. 정치의 실패는 선거의 실패로부터 비롯된다는 것을 그동안 우리는 지겨울 정도로 경험해오지 않았던가.

이제라도 정치권은 유권자들의 시선(視線)을 돌리기 위한 ‘고공전(高空戰)’을 중단하고, 유권자들이 후보자들의 자질과 도덕성에 관한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후보자들의 신상에 관한 자료를 성실하게 제공해야 한다. 유권자들 또한 청문회 하듯이 후보들의 자질과 도덕성을 꼼꼼히 따져야 한다. 법정 선거공보물만이라도 잘 살펴보면 선택에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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