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투자 성공일기①]고수가 선호하는 이유

  • 입력 2002년 8월 1일 17시 26분



“한국 증시에서 가치투자는 불가능하다”는 말이 있다. 주가가 기업 가치보다 수급, 단기정보, 루머 등에 더 큰 영향을 받아온 점을 반영하는 주장이다. 그러나 가치투자가 불가능하다는 생각은 선입견이다. 한국 증시에서도 가치투자 철학을 고수하며 몇 년째 높은 수익을 내는 펀드매니저들이 있다. 매주 금요일자 B2면에 가치투자로 성공한 펀드매니저들의 투자철학과 투자방법을 연재한다.

▽꾸준한 수익〓가치투자자의 모범인 워런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 헤더웨이의 연간 평균 수익률은 고작 20%대. 그런데도 버핏이 위대한 가치투자자로 칭송 받는 이유는 그가 그 20%대의 수익을 무려 36년 동안 냈다는 데에 있다.

그는 1965년부터 2000년까지 36년 동안 단 한 해도 손해를 입지 않았다. 연평균 수익률은 23.6%. 이 수익률이 36년 동안 지속되면서 그의 투자원금은 무려 2054배로 불어났다.

가치투자자는 연간 수백%대의 환상적인 수익률을 올리지 못한다. 반면 큰 손해도 입지 않는다. 저평가된 주식에 투자하고 배당도 꼬박 챙기기 때문에 매년 안정적인 수익을 올린다. 가치투자자의 목표는 대박 신화가 아니라 꾸준하고 장기적인 수익이다.

▽가치투자자의 특징〓성공한 가치투자자들에게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우선 투자하는 회사에 대해 ‘식당 숟가락 수까지 알고 있다’고 할 정도로 철저히 공부한다. 또 대부분의 가치투자자들은 장기투자자다. 주가가 기업의 제 가치를 찾기까지 시간이 걸리더라도 인내심을 갖고 기다린다. 그들이 오랜 시간 흔들리지 않고 기다릴 수 있는 것은 기업에 대한 확신이 있기 때문이다.

또 가치투자자들은 널리 알려진 종목 대신 중소형주를 좋아한다. 탄탄한 실적에 비해 시장에서 주목받지 못하는 종목, 즉 투자자의 오해와 편견 탓에 기업가치에 비해 주가가 지나치게 저평가된 종목을 선호한다.

성공한 가치투자자들의 포트폴리오를 살펴보면 마치 서로 짜고 투자하지 않았나 생각이 들 정도로 보유종목이 비슷하다. 그리고 대부분 저성장 업종으로 낙인찍혀 투자자들이 거들떠보지 않는 소외주 가운데 탄탄한 실적을 자랑하는 기업을 골라낸다.

주주로서 행동하는 점도 공통점이다. 가치투자자는 하루하루 주가 등락보다는 ‘내가 투자한 회사가 주주의 돈을 제대로 사용하는지’ 감시하고 문제점을 지적하는데 더 큰 힘을 쏟는다.

▽주식투자, 습관을 바꾸자〓새턴투자자문 박정구 부사장은 “가치투자자는 단기재료나 루머를 좇지 않는다. 장기적인 기업 가치에 대한 확신을 갖고 기다리니까 조급해할 일도 없다”고 강조한다. 그는 높은 수익을 내는 펀드매니저답지 않게 장중 대부분의 시간을 책을 보거나 기업을 분석하면서 보낸다.

성공한 가치투자자들은 개인투자자에게 이렇게 조언한다.

“직장과 가정을 버리고 하루에 수십 번씩 주식을 사고 파는 투자방법으로 부자는 될 수 있어도 행복한 투자자가 되기는 어렵다. 가치투자는 배우고 즐기면서 하는 투자다. 가치투자는 투자자를 주식 중독자에서 여유 있고 즐거운 투자자로 변화시킨다.”

이완배기자 roryre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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