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볕이 강하면 그림자도 짙은 법. 유일 초강대국 미국의 부시 행정부가 독불장군식 일방주의 외교를 펼치면서 곳곳에서 반미감정이 점점 강해지고 있다. 세계 여론을 무시한 미사일방어(MD)체제 추진에서부터 이라크 공격 계획, 미군에 대한 국제형사재판소(ICC)의 면책권 요구, 아프가니스탄의 결혼식장 오폭에 이르기까지 반미감정의 요인 또한 다양하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논란들은 서로 상승작용을 일으키며 미국의 적대국은 물론 우방에서까지 반미감정을 확산시키고 있다.
▷마침내 미국의 민간외교관련단체인 외교협회(CFR)가 반미감정의 확산을 경고하면서 대책을 제시하고 나섰다. 일방주의 외교에 대한 미국의 반성이라고 할 만하다. CFR의 권위는 이 단체에서 발행하는 유명한 격월간지 ‘포린 어페어스’를 떠올리면 쉽게 짐작할 수 있다. CFR는 “반미감정 극복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타국의 소리에 진솔하게 귀를 기울여야 한다”면서 “미국의 이미지 개선 노력을 외교정책의 핵심 요소로 포함시켜야 한다”고 건의했다.
▷수개월에 걸친 여론조사를 토대로 한 CFR의 경고는 이미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올 가을 백악관에 ‘지구촌 공보국’이 설치돼 반미감정에 대한 해답을 찾는 작업을 시작한다. 의회도 국가 이미지 홍보 예산의 2억2500만달러 증액 법안을 준비 중이다. 그러나 아무리 미국이 홍보에 힘쓴다 해도 정책이 바뀌지 않으면 적대국에는 ‘양가죽을 쓴 늑대’로 비쳐질 가능성이 높다. 미 정부는 “세계 무대에서 지지받지 못하는 외교정책을 이미지 홍보로 상쇄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회의적 시각도 있다”는 뉴욕타임스의 지적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
방형남 논설위원 hnbh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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