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VJ 특공대’ ‘청춘’ 제작 ‘허브넷’ 성공비결

  • 입력 2002년 7월 28일 17시 23분


외주제작사 '허브넷'의 우먼파워들. 김소현(작가) 박혜령(PD) 황정혜(PD) 정자경(PD) 조영지(작가) 한지원(작가) 이명옥(작가) 이미애 대표 (왼쪽부터 시계방향) [사진=안철민기자]
외주제작사 '허브넷'의 우먼파워들. 김소현(작가) 박혜령(PD) 황정혜(PD) 정자경(PD) 조영지(작가) 한지원(작가) 이명옥(작가) 이미애 대표 (왼쪽부터 시계방향) [사진=안철민기자]
《서울 여의도에 있는 독립프로덕션 ‘허브넷’ 사무실. 들어서는 순간 ‘여인천하’를 방불케했다. 70명 직원 중 50여명이 여성이다. 여자대학 동아리방같은 분위기에서 수다가 이어지고 있었다. 새로운 기획 아이디어 창출의 원동력도 바로 그 ‘수다’다. 이곳에서 기획 제작해 30일 방영하는 KBS2 파일럿(시험) 프로그램 ‘청춘’도 수다 속에 만들어졌다. ‘청춘’은 새로운 스타일의 프로그램으로 ‘허브넷’이 가진 독창성의 가늠자.》

1999년 9월에 설립된 ‘허브넷’은 ‘VJ 특공대’ 등으로 이미 방송가에서 ‘무서운 아이’로 떠오르고 있다. 여성이 많은 덕분에 자유스런 수다와 독창성이 함께 꽃피고, 이를 작가 중심의 제작 시스템으로 구체화하는 게 ‘허브넷’의 특징이다.

#삶은 코미디보다 재미있다

‘청춘’은 CCTV 8대와 6mm 카메라 2대를 동원해 일반인의 일상을 찍어 이를 시트콤 형식으로 편집한 프로그램. 스스로 ‘리얼 시트콤’이라 이름붙인 이 프로그램은 연출을 철저히 배제하기 때문에 15분짜리 코너 하나를 만드는데 40분짜리 테이프 300개가 쓰인다. 한 회에 세 팀의 일상을 소개하며 코너 사이에는 그룹 ‘윤도현밴드’의 라이브 무대가 들어간다.

“우리 스스로도 ‘이걸 연출로 보면 어쩌지’하는 걱정이 들 정도로 일반인의 일상이 재미있게 그려집니다. 사실 우리 삶은 드라마나 코미디보다 더 재미있어요. 오락적 요소와 다큐적 요소를 접목시키자는 시도에서 만들게 됐습니다.”(황정혜 PD)

30일 방영하는 KBS2 파일럿(시험) 프로그램 '청춘' [사진제공=허브넷]

29세의 한 여성이 결혼작전에 돌입해 하루에 2번 맞선을 보면서 겪게되는 재미있는 상황, 대학교 기숙사에서 여학생과 남학생이 ‘방팅’을 하면서 일어나는 일 등 일상의 ‘실제상황’을 극으로 편집했다.

일반인 중에서도 코믹한 캐릭터를 찾기 위해 100명이 넘는 사람을 만났고 촬영기간만 6개월을 소요했다. 3주간 매주 화요일 방송되며 반응이 성공적이면 정규 편성될 예정.

#‘쟁이’는 다 모여라!

‘허브넷’은 1999년 9월 방송작가 이미애씨(42)가 “‘쟁이’끼리 모여서 신나게 일 좀 해보자”고 설립했다. 경기도 일산의 한 오피스텔에서 15명이 ‘조촐하게’ 시작했지만 3년도 안돼 연 매출 30억원을 바라보는 탄탄한 기업이 됐다. ‘허브넷’의 최고 히트작은 KBS2 ‘VJ 특공대’. 이외에도 현재 KBS2 ‘영화 그리고 팝콘’ ‘주주클럽’ 등 지명도 높은 프로그램을 제작 중이다. 드라마를 제외한 외주 제작 프로그램은 주로 ‘시청률 사각지대’에 편성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들의 성장은 괄목할 만하다.

‘허브넷’의 특징은 PD보다 작가 중심으로 운영된다는 것. 통상 프로그램 기획은 PD의 몫이지만 ‘허브넷’에서는 9명으로 구성된 작가 군단(전원 여성)이 프로그램을 기획한다.

“한 달에 한번씩 기획단 합숙 회의를 합니다. ‘청춘’도 여기에서 나온 아이디어죠.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말했지만 까짓거, 밀어붙였죠.”(이미애 대표)

#‘일용엄니’가 돼라!

“조직 생활에서 남자들은 업무 이외에도 ‘줄서기’에 관심이 많습니다. 조직이 작아 줄 설 것도 없긴 하지만, 여자들은 줄서기에 비교적 관심이 적어요. 우리는 다 한 줄입니다.”(한지원 작가)

‘허브넷’의 기획력은 일에 미치게끔 만드는 자유분방한 분위기에서 나온다. 외주제작사 대부분이 방송 3사가 마련한 기획안에 따라 프로그램을 제작하지만 ‘허브넷’의 모토는 ‘기획은 내가 한다’다.

“정당한 아이디어에 대해 정당한 댓가를 받고 싶을 따름입니다. ‘내 것’을 만들어야 그만큼 애착도 가고요.”(이미애 대표)

기획력의 또 다른 축은 이 대표 머리 속에 입력된 방대한 자료다. 그는 “‘일용엄니’가 돼야 훌륭한 프로그램을 제작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전원일기’의 일용엄니는 마을 어귀에 낯선 사람이 들어서도 어느 집 손님인지 다 알아요. 그만큼 정보에 밝은 거죠. 늘 여기저기 기웃거리고 자료를 수집하면 아이디어가 마를 날이 없죠.”

이미애 대표는 작가 경력 16년으로 현재 KBS2 ‘TV동화 행복한 세상’의 작가이기도 하다. 그는 연말경 고집쟁이 농사꾼 전우익씨의 삶을 그린 휴먼다큐 프로그램을 직접 제작, PD로도 나서볼 계획이다. 영화제작에도 욕심이 많아 현재 ‘영화 그리고 팝콘’ 팀을 중심으로 스터디그룹도 결성했다.

김수경기자 sk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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