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화제]원숭이가 찍어도 전문가보다 낫다?

  • 입력 2002년 7월 10일 18시 13분


증시에는 랜덤워크(Random Walk) 이론이라는 게 있다. ‘취보(醉步)이론’(주가는 술 취한 사람의 걸음걸이처럼 제멋대로 움직인다는 의미)으로 번역되는 이 이론에 따르면 투자자는 차트나 기업의 펀더멘털을 분석할 필요가 없다. 주가변동요인은 이미 주가에 다 반영돼 있기 때문에 주가는 예측하지 못한 상황이 발생할 때만 움직인다는 것. 즉 주가는 제 멋대로 움직이며 절대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이다.

‘모르겠다’는 것이 무슨 이론일까 싶기도 하지만 현재 대부분의 투자론 교과서는 랜덤워크 이론을 가장 설득력 있는 이론으로 채택하고 있다.

이 이론이 엉터리가 아니라는 것을 입증하는 재미있는 실험이 증시에서는 종종 행해진다.

주가가 아무렇게나 움직인다면 아무 종목이나 막 찍어도 수익률에서 손해 볼 일이 없어야 한다. 1970년대 미국 증시에서는 다트게임(화살던지기)으로 선정된 포트폴리오가 시장 평균보다 10% 이상 높았다. 지난해에는 월스트리트저널 주관으로 원숭이, 펀드매니저, 아마추어 투자자가 수익률 게임을 벌였는데 원숭이가 1등을 했다. 올해에도 영국에서 5세난 어린이와 증권전문가 점성술사의 수익률 게임이 있었는데 주식과 막대사탕도 잘 구분 못하는 어린이가 압도적인 수익률로 1위를 차지했다.

‘랜덤워크 이론’의 저자인 프린스턴대 버튼 맬키엘 교수는 차트로 주가를 분석하는 게 ‘제멋대로 움직이는 주가’를 맞히는 데 전혀 소용없다는 것을 다음의 사례로 설명한다.

우선 임의로 50달러짜리 주식을 하나 만들고 학생들에게 동전을 던져 앞면이면 0.5포인트 상승, 뒷면이면 0.5포인트 하락으로 정한다. 그 뒤 무작위로 동전을 던져 차트를 만들고 그 차트를 차트 전문가에게 보여준다.

그 분석가는 “이 종목이 뭡니까. 당장 사야합니다. 다음주에 15%는 확실히 오릅니다”라고 흥분했다. 맬키엘 교수는 “이거 동전을 던져 만든 차트입니다”라고 말하며 비웃었다.

어차피 아무렇게나 움직이는 주가라면 예측의 도구를 꼭 ‘경제’에 한정지을 필요도 없을 것이다. 1993년에는 한국증권연구원이 ‘음양오행으로 본 주가’라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13년간 주가를 분석했더니 양(陽)의 날과 상생(相生)의 날에 주가가 오르고 음일과 상극일에는 주가가 하락했다는 내용. 실제 보고서가 나온 1993년은 양의 해였고 주가도 크게 올라 장난삼아 내놓은 증권연구원의 예측은 신기하게도 들어맞았다.

이완배기자 roryre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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