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山과 사람]"잡목을 高木으로" 경쟁력키우는 핀란드 루트싱킬라

  • 입력 2002년 6월 28일 18시 23분


쭉쭉 뻗은 '國富' [사진=변영욱기자]
쭉쭉 뻗은 '國富' [사진=변영욱기자]

《세계적인 산림의 나라 핀란드의 외교부에 동아일보가 연재중인 ‘산과 사람’시리즈의 기획의도를 설명하고 취재협조를 부탁했을 때 핀란드 정부측이 제시한 곳이 루트싱킬라 임업연구지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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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부터가 연구지역입니다.”

6월 중순경 수도 헬싱키의 도심을 빠져나와 고속도로를 타고 북쪽으로 25㎞ 정도를 달려 루트싱킬라에 이르렀을 때 핀란드 임업연구원(METLA)이 제공한 차량을 운전하던 직원이 연구지역을 가리켰다. 그러나 달려온 도로 변이 계속 숲의 연속이어서 구체적으로 어디서부터가 ‘연구용 숲’인지 이 따로 구별되지는 않는 듯 했다.

루트싱킬라 연구지역의 넓이는 1만2000㎢(3630만평)이며 서울시 면적(605㎢)의 2배에 달한다. 핀란드 국토 면적은 33만8145㎢. 남한 면적(9만9,392㎢)의 3.5배다. 이 국토의 75%가 산림이며 이중 80%가량이 침엽수로 덮혀 있어 핀란드는 온통 키 큰 나무들 세상이다.

연구지역은 북위 60도 부근 핀란드 남부지역의 산림 자원을 관리하고 지구 온난화 등 환경변화에 대비해 미래의 핀란드 산을 구성할 수종(樹種)을 찾는 일을 하는 곳이다. 일본 미국 영국 등 각국에서 들여온 100여종의 나무를 심고 키우며 성장과정의 특징을 기록한다. 신품종 개발을 위해 서로 다른 종을 교접시키고 생명공학 기술을 이용해 변종을 만들기도 하면서 핀란드에서 잘 자랄 ‘대표선수’를 만들어낸다. 이 같은 연구지역은 키발로 콜리 등 핀란드 전역에 16곳이 더 있으며 각자 위치에 적합한 경쟁력 높은 수종을 찾아내고 있다.

루트싱킬라 연구지역 책임자 펜티 카나넨(48)소장은 먼저 스콧소나무(Pinus sylvestris)지역으로 안내했다. 스콧소나무는 핀란드의 대표수종. 전체 산림의 47%가량을 차지하며 연구지역에는 4000여그루가 심어져 있었다. 이곳에서는 스콧소나무 중에서도 우수한 종자를 가려내는 작업을 하고 있다.

“스콧소나무는 핀란드의 흙과 궁합이 가장 잘 맞습니다. 아직 이놈을 대체할 수종을 발견하지 못했어요.”

연구지역은 1923년 설립됐다. 대개 한 종류의 나무가 핀란드의 기후와 토양에 어떻게 적응하는지 결과를 보기까지 80년정도가 걸린다. 연구원이 30년 장기근속한다고 가정했을 때, 한 연구 프로젝트에 3세대 정도가 걸리며 두 세대 연구원은 자신의 연구결과를 보지 못하고 세상을 뜨는 셈이다.

도시 덮은 산림
공중에서 내려다 본 템페레. 루트싱킬라 임업연구지역의 배후도시인 템페레는 핀란드의 대표적인 공업도시이지만 공장과 주거지가 빽빽한 나무들에 가려 마치 공원같은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사진=변영욱기자]

핀란드가 필사적으로 나무연구에 매달리는 이유는 핀란드의 미래가 바로 나무에 달려있다는 인식 때문이다.캐나다 미국에 이어 세계 3위 목재 수출국인 핀란드는 GDP의 40%가량을 원목 종이 판지 등의 수출에서 올리고 있다.

목재 생산을 위해 핀란드는 매년 4950만㎥를 벌목하는 데 반해 부지런히 묘목을 심은 결과 7370만㎥의 산림이 매년 늘어나고 있다.

“나무들이 기후 뿐 아니라 흙에 따라서도 자라는 모습이 달라지냐”고 묻자 카나넨소장은 옆에 있는 키 12m가량의 침엽수를 가리킨다.

“이놈들이 스웨덴 흙에 박혀있을 때는 구불구불하게 자라 키가 3m 정도밖에 안됐어요.”

우수한 수종을 고르는 것 못지 않게 같은 종이라도 우수한 혈통을 찾는 것도 연구지역의 중요한 임무다. 높이 20∼30m까지 자라는 침엽수는 줄기 중간 중간에 가지가 되도록 적게 붙어있고 나무가 줄기가 곧은 게 우수한 혈통.

연구지역 한 곳에는 이런 나무들로부터 얻은 씨앗으로 키운 키 50㎝ 정도의 1년생 묘목 1000여그루가 ‘출신성분’을 밝히는 이름표를 달고 서 있었다.

카나넨소장은 “다들 우수한 혈통을 가졌다고 판단되는 나무들의 ‘자손’들이며 이 중에서도 가장 뛰어난 종자들이 미래의 핀란드 숲을 구성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핀란드의 임업을 위협하는 것은 인터넷과 지구 온난화. 인터넷의 대중화와 함께 신문용지의 수요가 크게 줄어들면서 종이 수출이 가장 큰 몫을 차지하는 핀란드의 임업계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METLA의 마티 팔로(64·임업경제학)박사는 “신문용지 수요의 감소는 사무실용지 수요의 증가로 대체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전기가 통하는 ‘종이 디스플레이’ 등 기능성 종이가 개발돼야 임업과 핀란드도 산다”고 말했다.

지구 온난화 또한 METLA가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문제. 팔로박사는 “올 봄의 날씨는 평년 여름 날씨에 가까왔다”며 “핀란드에도 수 십년 내에 기후변화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바로 그 때를 대비해서 임업 연구지역이 핀란드 전역에 산재해 있다는 것. “미래의 핀란드 숲을 구성하고 국가에 부(富)를 가져다 줄 나무들이 기후변화에 대배해 지금 전국의 연구지역에서 ‘적응훈련’을 받고 있는 것이지요.”

루트싱킬라(핀란드)〓나성엽기자 cp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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