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팀의 베스트건강법]신촌세브란스 척수손상치료팀

  • 입력 2002년 6월 9일 22시 20분


“척수는 뇌와 몸의 곳곳을 연결하는 ‘정보 고속도로’입니다. 고속도로에 문제가 생기면 지체와 정체가 반복되다가 ‘교통대란’이 생기듯 척수가 고장나면 통증이 생기거나 감각이 사라지는 등 ‘인체대란’이 일어납니다.”

연세대 신촌세브란스병원의 박창일 재활병원장 사무실 주변에는 유난히 많은 그림이 걸려 있다. 불의의 사고로 척수 손상을 입어 사지가 마비된 환자들이 치료 과정에서 입에 붓을 물고 그린 작품들. 박 원장은 “그림을 볼 때마다 마음이 아프지만 더욱 분발하라는 채찍질로 여기고 마음을 다잡는다”고 말한다.

박 원장의 설명에 따르면 척수는 척추뼈 안쪽에 자리를 잡은 중추신경을 말하며 척추뼈 사이로 말초신경이 빠져나와 온 몸으로 뻗어 있다.

중추신경이 커다란 고속도로라면 말초신경은 간선도로인 셈. 뇌에서 보내는 신호는 중추신경을 통해 말초신경으로 전달되고, 말초신경의 감각은 중추신경을 통해 뇌에 전달된다. 그러나 척수에 문제가 생기면 통증이 생기다가 상반신 하반신 전신 마비 등의 증세로 이어진다.

연세대 신촌세브란스병원의 척수손상치료팀은 환자가 처음 병원을 찾을 때부터 퇴원 뒤 일상 생활로 복귀할 때까지 사실상 ‘전방위’ 의료서비스를 지원한다. 박 원장 외에 팀을 구성하는 사람은 신경외과 윤도흠 김긍년, 정형외과 이환모 문성환, 신경과 김승민, 재활의학과 신지철, 비뇨기과 이웅희 교수.

신경외과와 정형외과에서는 수술, 신경과에서는 정밀 진단과 급성 척수 손상 치료, 재활의학과에서는 재활치료와 만성 척수 손상 치료, 비뇨기과에서는 척수 손상 환자의 방광 관리 등을 각각 담당한다. 1년에 이 척수손상 치료팀을 거쳐가는 환자는 600∼700명 정도.

척수 질환은 크게 △교통사고 산업재해 스포츠부상 등으로 인한 외상성 척수손상 △척추 결핵 척추염 척추종양 등 염증성 척수 손상 △척수수막류 동정맥기형 등 선천성 척수 손상 등으로 구분된다.

척수 질환의 가장 흔한 증세는 통증과 마비. 대부분 물리치료나 약물, 주사요법 등으로 호전되지만 심한 환자는 수술이 필요하고 수술 뒤에도 사회에 복귀하기 위한 재활치료가 필수적이다.

신경외과 윤 교수는 “척수 손상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조기치료와 집중치료”라고 말했다. 치료가 늦어지면 호흡기와 방광, 관절 등에 합병증이 생기고 장애 정도가 심해지기 때문. 이 때문에 치료팀의 신경외과 정형외과 재활의학과 의사는 환자가 응급실에 실려들어올 때부터 함께 진료를 보며 환자가 안정될 때까지 평균 2주 동안 집중적인 치료를 한다.

이후 재활치료가 필요한 환자는 재활병원 내 척수손상환자 병동에 입원해 ‘일상생활 동작(ADL·Activity of Daily Living)’ 훈련을 받는다. ADL은 양치질 세수 등부터 옷 입고 밥 먹고 대소변을 보는 등 일상생활에 필요한 모든 동작을 연습하는 것. 동작에 익숙해지면 재활전문가와 함께 실제로 병원 밖으로 나가 운전이나 쇼핑 등을 해본다. 이후 환자의 집에까지 방문해 재활에 적합한 구조로 고치는 데 도움을 주기도 한다.

“척수의 보호막인 척추는 척수 건강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박 원장은 “나이가 들면서 배 근육이 처지고 척추에 무리한 힘이 가해지다 보면 척수 손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평소 꾸준한 운동을 통해 척추 주변의 근육을 단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동차에 탔을 때는 반드시 안전띠를 착용하고 수영의 다이빙 동작은 무엇보다 척수 손상으로 이어질 위험이 크므로 초보자는 피하는 것이 좋다고 박 원장은 충고했다.

▼척추-척수 손상치료 전국의 명의▼

진료과이름소속전화
재활의학과박창일연세대 신촌세브란스02-361-6352
고현윤부산대051-240-7480
이영희원주의대 원주기독033-741-1420
신경외과김영수연세대 영동세브란스02-3497-2600
윤도흠연세대 신촌세브란스02-361-6200
김현집서울대02-760-3263
서중근고려대 안암02-920-5550
어환성균관대 삼성서울02-3410-2194
오성훈한양대02-2290-8491
박춘근가톨릭대 강남성모02-590-1449
정형외과석세일인제대 상계백02-950-1284
이춘기서울대02-760-2311
이춘성울산대 서울아산02-3010-3511
이환모연세대 신촌세브란스02-361-6240
정재윤전남대062-220-6343
이종서성균관대 삼성서울02-3410-2179
신병준순천향대02-709-9250

▼척추-척수손상 치료 명의들

척수 손상 치료는 진단에서부터 수술, 재활까지 여러 과의 전문의가 협동해야 좋은 진료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수술을 담당하는 신경외과와 정형외과, 수술뒤 생활 적응 훈련 등 재활치료를 담당하는 재활의학과 전문의가 모여 ‘팀 치료’를 한다.

척추 및 척수 수술은 신경외과와 정형외과에서 하며 최근 두 분야의 공통된 요소를 뽑아 ‘척추외과’로 독립한 진료과가 생기는 추세다.

신경외과에서는 영동세브란스병원 김영수 교수가 세계적 대가로 꼽힌다. 김 교수는 1974년 국내 최초로 현미경을 이용한 디스크 수술을 시작했고 2000년 본보가 선정한 ‘베스트 닥터’. 그는 또 지난해 같은 분야에서 ‘베스트 중견의사’로 선정됐던 신촌세브란스병원 윤도흠 교수의 스승이기도 하다.

정형외과에서는 상계백병원의 석세일 교수가 세계적 대가로 평가받고 있다. 그는 척추 변형 질환 분야에서 세계 최초의 수술법을 잇따라 개발했다. 차세대 선두 주자인 서울대병원 이춘기 교수, 서울아산병원 이춘성 교수는 형제로 두명 모두 석 교수의 제자다.

척수 손상 치료의 완성은 재활의학과에서 담당한다. 박창일 교수가 이끄는 신촌세브란스병원의 재활병원은 자타가 인정하는 국내 최고, 최대의 재활센터. 부산대병원 재활의학과 고현일 교수도 척수 손상 재활치료 분야의 명의로 꼽힌다.

차지완 기자 marudu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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