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마당]허경태/시멘트문화에서 목재문화로

  • 입력 2002년 6월 8일 23시 13분


우리나라는 100년 전만 하더라도 호랑이가 살았을 정도로 울창한 산림을 갖고 있었다. 대원군이 경복궁을 중건할 때 사용된 많은 목재를 짧은 기간에 조달할 수 있을 만큼 목재자원이 풍부했고, 주택·생활용품에는 주로 목재를 사용했다. 그러나 일제강점기와 6·25전쟁을 거치면서 산림이 황폐화되어 목재공급이 어려워지고, 개발정책에 따른 공업화 도시화로 주택과 일상생활에 콘크리트 제품을 많이 사용하게 되었다. 이것이 이른바 ‘시멘트문화’로 우리의 사회·생활문화에 깊이 뿌리박히게 된 것이다.

‘시멘트문화’가 경제개발과 성장에 밑거름이 된 것은 사실이지만 정서순화와 다양한 개성창출에는 목재보다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한다. 콘크리트 상자와 목재 상자에 쥐를 넣고 관찰한 결과 콘크리트 상자 속의 쥐는 조급하고 신경질적 반응을 보이면서 성장이 비정상적이었지만 나무상자 속의 쥐는 정상적인 반응과 성장을 나타냈다고 한다. 외국인들이 말하는 우리 국민의 ‘빨리빨리 조급증’도 경제개발 정책이 본격화된 이후 두드러지게 나타났다는 점으로 보아 ‘시멘트문화’와 관계가 전혀 없지는 않다고 생각된다.

이러한 점에서 최근 목재공학자 건축학자와 교육학자를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는 ‘목재문화 운동’이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경제개발과 성장보다 사회복지와 삶의 질이 중요시되는 현대사회에 있어서는 주거·생활·교육문화를 ‘시멘트문화’에서 ‘목재문화’로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차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이다.

‘목재문화’는 자연과 인간을 접목하는 자연친화적·인간친화적 문화다. 목재는 소음을 흡수해 조용하게 만들고 열전도율이 낮아 단열효과가 크기 때문에 주택건축에 가장 적합한 자연재료다. 나무로 지은 집에서 살면 삼림욕의 효과가 있어 피톤치드 성분이 신체를 활성화시키고 혈액순환과 신진대사를 촉진시켜 마음을 안정시킨다고 한다. 일본에서는 목조주택 거주자의 평균수명이 콘크리트 주택 거주자보다 길고 암으로 인한 사망률도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는 연구보고도 있다.

목재는 부드럽고 편안한 느낌을 주며 자외선을 흡수해 눈에 자극을 주지 않기 때문에 완구·교육재료로도 최적의 상품이다. 유명한 교육학자인 프뢰벨은 목재로만 장난감을 만들었고, 독일 유치원에는 목공실이 있어 목공실습을 시키고 있다고 한다. 목재로 마룻바닥을 깔면 충격을 흡수하고 어린이 정서순화에도 크게 도움되기 때문에 일본에서는 콘크리트 교실을 목재로 개조하는 학교가 많다.

‘목재문화 운동’은 이같이 일상생활과 교육에 목재를 사용함으로써 안락하고 부드러운 분위기를 조성하자는 새로운 차원의 환경개혁 운동이다. 답답한 콘크리트 건물보다는 화사한 목조건물을, 인공적인 콘크리트 마감재보다는 자연적인 목재 벽재를, 무미건조한 교실과 복도로 된 학교보다는 아름다운 무늬의 내장재와 마루판을 사용한 활력 있는 학교로 탈바꿈시키자는 운동이다.

이러한 ‘목재문화’가 하루빨리 자연스러운 주거·생활문화로 자리잡아 편안한 집, 아름다운 마을, 살기 좋은 고장을 만드는데 일조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허경태 산림청 사유림지원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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