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투표도 애국이다'

  • 입력 2002년 6월 8일 23시 03분


나흘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 투표율에 경보(警報)가 울렸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반드시 투표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유권자가 42.7%에 불과하다. 이는 95년 1기 지방선거 때의 68.4%, 98년 2기 때의 52.7%에 크게 못 미치는 수치다. 특히 실제 투표율이 투표의사 비율보다 낮았던 전례에 비추어 볼 때 이번 6·13 지방선거 투표율은 사상 최저인 40% 이하로 떨어질 수 있다는 불안한 전망이다.

이렇듯 40%에도 미달하는 저조한 투표율은 무엇보다 자격 미달의 단체장이나 의회 의원을 양산할 수 있다. 설령 그렇지 않을 경우에도 선출된 각급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 의원의 주민대표성에 심각한 문제가 야기된다. 아직 취약한 단계인 우리 지자제 실정에서 전체 주민의 30%대 참여로 선출된 단체장이나 의회 의원이 그 지방을 대표해 자치행정을 이끌어 가는 데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럴 경우 ‘풀뿌리 민주주의’란 지자제가 뿌리부터 흔들릴 수 있다.

지방선거에 대한 유권자의 무관심이 이토록 심화된 데는 지방선거를 연말 대통령선거의 전초전으로 삼은 중앙정치권의 책임이 크다. 이번부터 선호하는 정당을 묻는 투표를 한다고 하지만 지방선거는 지방 일꾼을 뽑는 것이 우선이다. 그런데도 각 당은 거창한 공약을 앞세운 채 상호비방 등 ‘네거티브 캠페인’에 매달리고 있다. 후보들간 불법 탈법의 혼탁 경쟁도 극성이다. 무관심 속 과열이 유권자의 선거 무관심을 확대재생산하는 악순환을 빚은 격이다.

때맞춰 벌어진 월드컵축구의 열기가 지방선거에 ‘악재(惡材)’로 작용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한국팀을 응원하는 것은 물론 애국이다. 그러나 지방선거에 투표하는 것 또한 그에 못잖은 애국이다. 후보가 썩 내키지 않더라도 각 가정에 배달된 선거관련 인쇄물을 꼼꼼히 살펴보고 ‘차선(次善)의 후보’라도 골라야 한다. 그리고 13일에는 반드시 투표에 참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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