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박영균/징크스

  • 입력 2002년 6월 3일 18시 24분


1940년대 미국의 한 공군기지에서 기술자의 사소한 배선 실수로 충격완화장치 실험이 실패로 끝났다. 그 자리에 있던 머피 대위가 명언을 남겼다. “뭔가 잘못될 수도 있는 일은 반드시 잘못된다.” 머피의 법칙이다. 우연히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를 듣고 우산을 챙겨서 갖고 나오면 햇빛이 쨍쨍 내리쬔다거나, 내가 선 줄보다 다른 줄이 항상 먼저 줄어드는 경우가 그렇다. 기분 나쁘게 재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과학자들의 연구 결과 재수와는 관계가 없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확률 계산을 해 보면 당연한 결과라는 것이다.

▷머피의 법칙이 주로 자연현상에 대한 것이라면 징크스는 사람의 심리에 관한 것이 많다. 시험 보러 가는 날 머리를 감으면 시험을 못 본다거나 여자 속옷을 입지 않으면 골프시합에 진다는 것 등이다. ‘○○하기만 하면 이렇게 좋지 않다’는 식이다. 머피의 법칙이 허구라는 것을 과학자들이 밝혀낸 것처럼 징크스도 미신이거나 우연인 경우가 많다. 승부를 다투는 운동선수들이 징크스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심적 부담을 이겨내지 못하기 때문 아닐까.

▷징크스(jinx)라는 말의 유래에 대해선 두 가지 이론(異論)이 있다. 하나는 고대 그리스에서 마술(魔術)에 쓰던 딱따구리의 일종인 목이 굽은 새의 이름(jynx torquilla)에서 나왔다는 설이다. 주술적인 의미가 있는 것 같다. 다른 하나는 1868년 미국에서 발표된 징크스란 병사에 대한 노래에서 유래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 노래에 등장하는 캡틴 징크스는 대단히 불행했던 사람이었는데 노래뿐만 아니라 멜로드라마 등에 많이 소개되어 ‘불행’의 대명사처럼 되었다는 것이다. 이후 징크스란 용어가 대중언어로 자리잡았고 특히 스포츠 분야에서 널리 쓰이게 됐다고 한다.

▷승부를 다투는 스포츠의 세계에는 징크스가 유난히 많다. 월드컵 대회에도 여러 가지 징크스가 전해 내려와 축구팬들의 흥미를 더한다. 이번 월드컵에서는 어떤 징크스가 깨질 것인지가 관심거리다. 개막식 날 첫 시합에서 전년도 우승팀이 이기지 못한다는 소위 ‘개막식 징크스’가 재연되었고 34년간 스웨덴을 꺾지 못했다는 잉글랜드팀도 후반에 동점골을 허용해 ‘스웨덴 징크스’를 깨는 데 실패했다. 과거 한국팀은 유럽에 약하다는 징크스가 따라다녔으나 지난달 평가전에서 스코틀랜드를 물리치고 잉글랜드와 잘 싸워 ‘유럽 징크스’를 깨버렸다. 선수들의 체력이 엄청나게 강해지고 조직력이 살아난 덕분이다. 폴란드와의 선전을 기대한다.

박영균 논설위원 parky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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