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 살아보니]릴리안 클레이턴/˝고르고 깎고…˝

  • 입력 2002년 5월 14일 17시 33분


한국에서 1년여 동안 생활하면서 한국의 이미지는 내게 다양한 모습으로 다가왔다. 그 중 남편과 아이를 돌보는 전업 주부인 내게 한국의 소비 경제를 직접 체감할 수 있는 쇼핑 문화는 한국을 이해하는 중요한 수단이다. 조금은 소비자를 불편하게 만드는 요소도 있지만 소비자가 원하는 물품을 발품을 팔아 원하는 품질과 수량에 골라 선택할 수 있는 매력이 있어 즐겁다.

미국의 쇼핑문화는 문자 그대로 원스톱 쇼핑이다. 일단 상가에 들어가면 잔디 깎는 기계부터 가구, 야채, 의약품, 전자제품, 의류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한 곳에서 구입할 수 있어 편리하다. 이러한 쇼핑 장소는 사는 곳과 매우 가깝고 주차할 공간도 충분하다. 즉 쇼핑에 대한 신체적 피곤함이나 부담감을 없애고 맘껏 쇼핑을 하도록 유도하는 편이다.

반면 한국에서는 모든 것들이 나누어져 있다. 생선은 수산물 시장에서, 전자제품은 용산전자상가에서 잘 살 수 있다. 쇼핑몰이나 상가의 위치도 어떤 곳은 가깝지만 먼 곳도 많아 운전을 해야 한다. 운전할 때는 대부분 주차를 하기 위해 돈을 지불하거나 또는 주차를 위해 몇 블록을 운전해야만 한다. 만약 자가 운전자가 아니라면 선택은 지하철이나 버스 또는 택시를 이용하는 것이다.

이럴 경우 나는 주체할 수 없을 정도의 무거운 짐들에 치인다. 이런 점들이 내게 쇼핑의 물품을 꼭 필요한 것만으로 제한하게 만들어 준다. 즉 쇼핑하러 나가기 전 우리 집에 필요한 것이 어떤 것이 있는지 살피고 살펴, 되도록 충동 구매로 인한 짐을 키우지 않도록 노력한다.

또한 미국에서는 고객을 위해 구매한 식료품들을 쇼핑백에 담아준다. 결코 쇼핑을 위한 백을 구입할 필요가 없다. 식료품들에 충분히 만족하지 않는다면 환불받을 수 있다는 것이 보장된다. 그리고 가격도 고정되어 있다. 가격은 상점마다 다르긴 하지만 치열한 경쟁 때문에 약간 차이가 나는 정도다.

한국에서는 구입한 식료품들을 직접 백에 담아야 한다. 백을 요청해야 하고 그 값을 지불해야 한다. 식료품을 잘 고르느냐 못 고르냐는 순전히 주부 개개인의 문제로 돌아간다. 물건에 대한 품질을 보장받을 수 없으니, 물건을 보면 30초안에 품질을 가늠할 수 있는 직관력을 키우거나, 노련한 주부의 오랫동안 갈고 닦은 눈썰미를 필요로 한다. 또 좀더 싸게 사기 위해 가격 흥정을 잘 해야 한다.

필자는 밖으로 나가 많이 걸어야 하는 불편함을 감수하면서도 한국에서의 쇼핑을 좋아한다. 미국에서 항상 편하게 운전했고, 늘 내가 필요로 하는 것보다 더 많이 구입하곤 했다. 나를 조금은 불편하게 만드는 이 곳 한국에서 나는 상점에 들를 때 문자 그대로 내가 산 것을 내가 가지고 다녀야 하기 때문에 항상 구입량을 제한해 현명한 구매를 하기 위해 늘 노력한다.

지난해 6월 이후 서울에 거주하고 있는 주부다. 남편과 서울에서 외국인학교에 다니는 두 아이가 있다. 여가시간에 요리 배우기, 서울 구경하기, 글 쓰기 등을 즐긴다.

▽릴리안 클레이턴▽

지난해 6월 이후 서울에 거주하고 있는 주부다. 남편과 서울에서 외국인학교에 다니는 두 아이가 있다. 여가시간에 요리 배우기, 서울 구경하기, 글쓰기 등을 즐긴다.

릴리안 클레이턴 주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