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업씨 16억 돈세탁 수법…현금-수표 여러번 바꿔치기

  • 입력 2002년 5월 13일 16시 33분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차남 김홍업(金弘業) 아태평화재단 부이사장이 16억원을 세탁한 사실이 드러남에 따라 검찰수사가 권력형 비리 개입 및 비자금 조성 등 핵심 의혹으로 접근하고 있다.

홍업씨는 아태재단 직원 등 15명을 동원해 1000만∼3000만원 단위로 작게 나눈 돈을 수표와 현금으로 반복해 바꿔 자금 출처를 철저하게 은폐했다는 것이 검찰의 설명이다.

김모 전 아태재단 행정실장은 홍업씨의 지시를 받고 2000년 초부터 올해까지 13억원을, 홍업씨의 개인 비서 조모씨는 3억원을 세탁했다.

홍업씨는 은행에서 수표를 바꿀 때 다른 예금자가 사용했던 헌 수표를 이용함으로써 자금 추적을 어렵게 만들었다.

그동안 검찰은 홍업씨의 동창 김성환(金盛煥)씨의 차명계좌 추적에 주력하며 홍업씨에 대한 형사처벌 문제에 고심했으나 불법행위와 관련됐을 가능성이 높은 돈의 규모를 밝혀내 수사가 급진전될 것으로 보인다.

향후 수사는 홍업씨가 16억원을 어디서 마련하고 왜 돈세탁을 했는지 밝히는 데 집중될 수밖에 없다. 검찰은 홍업씨가 이권 개입의 대가로 돈을 마련했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떳떳한 돈이라면 복잡한 돈세탁 과정을 거치지 않았을 것이라는 게 검찰의 시각이다.

이와 함께 검찰은 98년 이후의 홍업씨 비자금에 대해 수사를 확대하고 있어 자금의 실체와 성격이 밝혀지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홍업씨의 이권 개입 혐의가 밝혀지지 않을 경우 16억원을 돈세탁한 행위에 대해 조세범 처벌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비해 김 대통령의 3남 홍걸(弘傑)씨에 대한 형사처벌은 ‘초읽기’에 들어갔다.

검찰은 홍걸씨 수사 이후 처음으로 13일 소환 문제를 직접 거론했으며 홍걸씨가 미래도시환경 대표 최규선(崔圭善)씨에게서 받은 20억여원 가운데 상당액이 대가성이 있는 돈이라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최씨가 각종 이권 청탁을 받는 자리에 홍걸씨가 몇 차례 동석했다는 관련자들의 진술도 홍걸씨의 알선수재 혐의를 입증하는 중요 단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정위용기자 viyonz@donga.com

이상록기자 myzod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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