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양의 대인관계성공학]이혼은 미친 짓이다?

  • 입력 2002년 5월 9일 14시 21분


30대 초반의 김모씨. 그는 주위 사람들에게, 특히 여자들에게 솜사탕 같은 남자로 알려져 있다. 부드러운 외모에 역시 부드러운 말씨, 그리고 세심한 배려.

그를 싫어하는 여자들이 없다. 더러 남자들 중엔 그런 인기를 배 아파해서 씹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 앞에선 아니다. 왜? 그들에게도 공평하게 잘 해주니까. 그러나 그의 아내는 아니다. 물론 그가 아내에게 소홀한 건 아니다. 똑같이 잘해 준다. 문제는 바로 그 ‘똑같다’는 데 있었다. 그는 주변의 모든 여자들에게 똑같이 잘 해 주었던 것이다. 어느 아내가 그걸 참을 수 있겠는가.

그렇다고 누구한테 드러내 놓고 하소연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니었다. 누가 봐도 그녀의 속앓이는 천사표 남편을 둔 여자의 철없는 히스테리 정도로밖에 안 여겨질 게 뻔했다. 누구보다도 그녀 자신이 그 점을 잘 알고 있었다.

견디다 못해 이혼 얘기를 꺼내보기도 했다. 하지만 그것도 쉽지 않았다. 그런 말을 꺼내기만 하면 남편은 “난 너 없인 살 수 없다. 게다가 내가 밖에 나가서 네가 얼마나 천사 같은 여자인지 칭찬하고 다니는데 이럴 순 없다”며 눈물을 쏟아냈다. 그 모습을 보면 또 마음이 미어져서 그를 떠날 수도 없고. 결국 그녀는 누구도 모르게 하루하루를 비참하게 보내야 했다.

이 남편처럼 누구한테나 지나치게 잘 해 주는 사람들이 있다. 대개 성격이 좋아서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의존성의 한 표현인 경우가 많다. ‘내가 이렇게 잘 해 주는데 네가 어떻게 날 떠나?’하는 심리에서 상대방을 내게 묶어 두는 것이다. 이런 사람들은 그 의존과 사랑의 욕구가 너무 커서 웬만한 정도로는 메울 수가 없다. 그러니 모든 사람들에게 잘 해 주고 모든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싶어하는 것이다.

그러나 사랑에는 당연히 독점욕과 소유욕이 따른다. 그 아내가 힘든 것도 바로 그런 점 때문이다. 남편으로선 더욱 그런 아내를 떠나보낼 수 없다. 만약 아내가 떠난다면 그의 의존욕구는 크게 훼손당하고 아마 그는 지독한 절망에 빠질 것이다. 그러니 아내가 떠나려고 하면 최고의 찬사와 아첨을 늘어놓을 수밖에….

그와 같은 병적인 의존욕구는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 물항아리와 같다. 그것을 해결하는 방법은 하나 뿐이다. 자신에게 그런 의존욕구가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남이 아니라 내 안에서 그 욕구를 채워나가야 하는 것이다. 물항아리란 얕을수록 거기 퍼담을 물도 적기 마련이다. www. mind-open.co.kr

양창순 신경정신과 전문의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