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선양 주재 일본영사관인가

  • 입력 2002년 5월 8일 17시 12분


장길수군(18) 가족들은 왜 랴오닝(遼寧)성 선양(瀋陽) 주재 일본영사관을 선택했을까.

베이징의 외교관측통들은 최근 베이징(北京) 일대를 대상으로 부쩍 강화된 경계 때문인 것 같다고 분석했다. 중국 당국은 탈북자들이 베이징 주재 외국공관을 통해 망명을 시도하는 일이 잇따르자 최근 대사관들이 밀집돼 있는 차오양(朝陽)구 산리툰(三里屯) 일대에 대한 경계를 대폭 강화했다.

지난 3월 탈북자 25명이 스페인 대사관에 진입한 후 중국 당국은 대사관 지역을 경비하는 인민해방군 산하 무장경찰대에 곤봉을 차도록 지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와 함께 탈북자로 보이는 사람들이 무단 진입을 시도할 경우 이를 체포하는 것은 물론 무력까지 사용하도록 지시했다는 전언이다.

지난달 탈북자 3명이 독일대사관과 미국대사관으로 진입해 망명을 요청한 직후에도 대사관 지역 경비인원을 2배로 늘렸으며, 일부 대사관 주변에는 철조망을 치기도 했다.

베이징 일대의 탈북자들에 대한 단속도 대폭 강화됐다. 한 때 탈북자를 고용했던 한 업체 사장은 "공안요원들의 단속이 더 엄해져 데리고 있던 탈북자 한 사람을 내보낼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선양에는 한국영사관을 비롯해 미국, 일본, 러시아, 북한영사관 등 모두 5개의 외국 영사관이 있다. 장길수군 가족 2명은 이중 일본영사관으로의 진입을 시도했는데 이는 길수군 가족 망명을 도운 일본의 탈북자 돕기 민간단체와도 깊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베이징에서 연거푸 탈북자들이 외국공관에 진입, 망명을 시도한 이후에도 중국 언론들이 이를 쉬쉬하고 보도하지 않는 바람에 선양의 외국공관들에 대한 중국 공안당국의 경계는 여전히 느슨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징=이종환특파원>ljhzi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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