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최고위원 경선이 ‘돈선거’여서야

  • 입력 2002년 5월 7일 18시 36분


민주당 박상천(朴相千) 최고위원이 같은 당 최고위원 경선을 ‘금권선거’였다고 공개 비난한 것은 더 이상 그러려니 하고 넘길 문제가 아니다. 이미 끝난 일을 가지고 시끄럽게 해서 좋을 게 뭐 있느냐는 식이어서는 정치개혁은 빛 좋은 개살구에 지나지 않는다.

박 최고위원은 “이번 최고위원 경선이 2000년 8·30 전당대회 때보다 훨씬 돈 문제가 심각했다”고 비난하고, “정당법을 고쳐 당내 선거에서 금품을 수수할 경우 형사처벌하는 조문을 만들었으나 당내 선거라는 특수성 때문에 사문화(死文化)됐다”고 주장했다. 지키지도 않을 조문을 뭣하러 만들었는지 모를 일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돈으로 얼룩진 경선에서 선출된 당 대표최고위원 및 7명의 최고위원과 그들을 중심으로 한 최고위원회의가 과연 집단지도체제로서 권위를 유지하고 제대로 기능할 수 있겠느냐는 점이다. 실제 지난달 27일 최고위원 경선이 있고 열흘이 지나도록 한화갑(韓和甲) 대표 체제의 민주당은 삐걱거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2명의 지명직 최고위원은 아직 임명조차 하지 못하고 있고 몇몇 최고위원들은 몇 차례씩 최고위원회의에 얼굴조차 비치지 않았다. 최고위원 경선과정에서 생긴 갈등에다 ‘DJ 없는 당의 세(勢)싸움 기(氣)싸움’ 탓이라고 한다. 하지만 박 최고위원의 ‘금권선거’ 비난을 듣고 보면 돈이 결정적으로 작용한 경선결과에 대한 불만 또한 만만치 않다는 것을 능히 짐작할 수 있다.

한 대표는 박 최고위원의 비난에 대해 “경선과정에서 선관위에 부정행위로 신고된 것은 한 건도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경선 출마자인 이규정(李圭正) 전 의원은 “돈 쓴 대로 표가 나왔다”고 주장했다. 누구 말이 사실인지 가려볼 일이다. 사법적 처리에 반대한다면 자체조사를 하고 구체적 개선책이라도 내놓아야 한다. 적당히 덮고 가려 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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