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중하 릴레이시리즈]<중>한일 경쟁의 끝과 시작

  • 입력 2002년 5월 6일 18시 53분


한일축구응원단이 97년 5월 공동개최 기념 한일전서 공동응원을 펼치며 우정과 화합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한일축구응원단이 97년 5월 공동개최 기념 한일전서 공동응원을 펼치며 우정과 화합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서울에서 개막전을 치를 프랑스 대표팀이 일본에 준비캠프를 차린다.”

2000년 12월23일 성탄 전야 하루전이었다. 한해를 마무리하고 새출발을 다짐하던 사무실분위기가 일본발 기사 하나로 순식간에 초긴장 상태에 휩싸였다. 이 기사는 일본에 대한 뿌리깊은 라이벌 의식과 맞물려 한국이 월드컵 때 일본에 들러리만 서는게 아니냐는 부정적인 여론을 촉발시켰다. 이미 과열돼 있던 한일간 홍보 경쟁도 걷잡을 수 없는 형국으로 치닫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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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 기사는 나중에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설사 그렇다 하더라도 월드컵때 본선 진출국이 인접국에 일정 기간 캠프를 차린 후 입성하는 것은 통례였다. 훈련 캠프지 변경을 통해 분위기를 전환, 월드컵 본선때 전력을 최고조로 끌어올리기 위한 것이다. 특히 프랑스는 한국에서 본선 1회전을 치른 후 16강전부터는 일본에서 경기를 가질 공산이 큰 만큼 현지적응 과정이 필요한 터였다.

하지만 한일간의 지나친 경쟁 의식은 늘 사안의 이모저모를 두루 살펴볼 여유를 허락하지 않았다. 오히려 불필요한 과잉 투자를 촉발, 양국에 만회하기 어려운 치명타를 입히기도 했다. 자국에서 경기를 치르는 해외 본선 진출국이 15개에 불과한데도 무려 87개나 되는 준비캠프를 준비했다가 난관에 봉착, 상대의 무리한 요구를 울며 겨자먹기로 수용해야 하는 일본캠프지 준비 상황이 대표적이다. 한일간의 대립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자국 화폐로 환산한 입장권 가격과 인구에 차이가 있는데도 입장권 판매율에 격차가 벌어졌다거나 한일 월드컵조직위원회 홈페이지 접속 속도에 차이가 있다는 등 사사건건 양국은 비교의 저울 위에 올랐다.

정몽준 대한축구협회장(왼쪽)과 오카노 슝 이치로 일본축구협회장이 지난해 12월1일 부산에서 열린 2002월드컵 본선 조추첨에서 월드컵을 함께 들어보이며 성공 개최를 다짐하고 있다.동아일보 자료사진

특히 지난해 1월 일본월드컵조직위원회가 일본 국내용으로 배포되는 입장권 신청서에 월드컵대회 명칭을 일본어로 일본/한국순으로 표기하면서 촉발된 논란은 자칫 양국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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