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추칼럼]16년 영광이 남긴 것

  • 입력 2002년 5월 6일 12시 30분


독일은 1980년부터 1996년까지 영광스런 16년을 보냈다.

이 기간동안 독일 국가대표팀은 상승(常勝)의 독수리 문양을 가슴에 달고, 유럽과 세계의 패자(覇者)로 군림해왔다.월드컵에서는, `82 에스파냐 월드컵에서 이탈리아에게 1:3으로 지며 준우승, `86 멕시코 월드컵에서는 아르헨티나에게 2:3으로 지며 다시 준우승, 그리고 마지막 세번째인 `90 이탈리아 월드컵에서는 아르헨티나에게 1:0으로 복수하며 우승을 거두었다.

유럽선수권도 마찬가지이다.유로80에서는 로마에서 벨기에를 2:1로 꺾으며 우승을 거둔 뒤, 유로92에서 복병 덴마크에게 0:2로 지며 '괴테보리의 비극'을 연출하며 준우승에 머물렀고, 유로96에서는 체코 공화국에게 골든골로 2:1로 이기며 다시 앙리 들로네이컵을 가져왔다.이처럼 월드컵에서 한 번 우승과 두번의 준우승, 유럽선수권에서 두 번의 우승과 한 번의 준우승을 거둔 독일 국가대표팀은 말 그대로 유럽의 상징이었고, 세계를 브라질과 양분하는 축구강국이었다.

그러나 지금의 상황은 여의치 않다.세계에서는 말할 것도 없이, 유럽에서도 매우 불안정한 위치에 놓여있는 것이 사실이다.

유럽과 세계의 현 타이틀 보유자 프랑스와 강팀간의 뚝심은 없으나 언제나 꾸준한 성적을 내고 있는 이탈리아, 프리메라리가의 흥행이 자기들 실력인양 으시대는 에스파냐, 갑자기 요새 한창 떠오르는 잉글랜드, 그리고 불구대천의 앙숙 네덜란드가 독일의 입지를 좁게 만든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잣집은 망해도 3년 간다'는 속담이 비단 이 땅에서만 적용되는 것은 아닌 듯 싶다.바로 그 영광스런 시기를 보낸 선수들이 감독으로, 분데스리가 각 팀에서 현역 선수들과 함께 땀방울을 흘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이 독일을 다시 부활의 날개짓을 하게 하고, 더 나아가 제 3의 전성기를 가져올 수 있는 바탕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현 독일 축구 침체기 속에서 우리가 아직도 독일에서 눈을 뗄 수 없는 까닭, 그것은 다른 무엇보다도 이들이 길러낼 그들의 제자들 때문인 것이다.

이 시기, 네 번의 월드컵과 다섯 번의 유럽선수권에서 뛴 선수는 줄잡아 70여 명에 이른다. 여기에 그 이름을 나열하자면 지면을 너무 많이 차지하기 때문에 그 이름들은 생략하기로 하겠다.그 가운데, 지금 현역 감독이나 코치 그리고 매니저나 스카우터와 같은 축구에 직접적으로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들의 면면을 살펴보는 것이 훨씬 합리적이리라는 생각이 든다.이들의 지도자적 역량을 평가하기에 앞서, 우선 이들이 독일 축구계의 흐름 가운데 어떤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가에 대해서 먼저 알아보아야 할 것이다.과연 역사의 흐름에서 당당히 한 부분을 담당할 수 있는가에 대한 자격론 문제이기 때문이다.

1세대는 독일 축구가 이제 막 기지개를 켜면서 체계를 잡아가던 시기에서부터 '뽀록'과도 같은 `54 스위스 월드컵 우승에 이르기까지의 기간을 맡았던 인물들이다.1923에서 1936년까지 대표팀을 맡아 70경기를 치렀던 오토 네어츠 박사와 대표팀을 이끌고 162경기를 치르며 독일 역사상 최초의 국제대회 타이틀, 그것도 너무나 묵직한 것으로 안겨준 '전설적인' 제프 헤어베르거가 그들이다.이들은 바이마르 공화국 시대의 유사 이래의 자유분방함도 겪었으며, 아돌프 히틀러의 되도 않는 민족주의도 이겨냈고, 전후 패전에 따른 승전 4개국의 영토분할도 이겨낸 말 그대로 독일 현대사의 증인들이었으며, 치욕스런 분단도 체험한 세대였다.

2세대는 그런 면에서 훨씬 쉬웠다.잿더미에서 시작해야했던 콘라트 아데나워와 그들의 영명한 지도자 빌리 브란트는 그들에게 번영과 휴식을 제공했고, 서서히 독일인들은 그들이 이 지구상에 등장한 이래 가장 풍요롭고 번영된 생활을 누리게 된다. 그리고 그들의 자존심엔 베레모의 신사 헬무트 슈왼이 있었다.132경기를 대표팀 감독으로 치르며 그는, 조국에 명실상부한 세계 최고의 자리를 선사하게 된다.유럽 최초의, 유럽선수권과 월드컵 연속 제패가 그것이다.헤어베르거가 직접 임명한 후임이라는 막중한 임무를 맡은 그는, 아무 것도 없이 시작했던 선배들의 업적위에 결코 지워지지 않을 독일 축구의 영광을 쌓아올렸다.그리고 그는 독일 축구 최고의 황금시대를 열면서, 선배들의 노고에 영광을 바치게 된다.그리고 다음 세대를 이끌 인재들을 그가 대표팀을 맡고있던 14년간 발굴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2세대의 두번째 주자는 유프 데어발이었다.흰머리 성성한 이 중년의 노신사는 다시 로마에서, 조국에 앙리 들로네이컵을 안기면서 찬란한 2세대를 정리하게 된다.

5대부터 7대까지의 감독을 맡으며 16년간의 독일 축구의 중흥기를 이끌었던, 3세대라 부를 수 있을 이 세대는 독일에게 영원한 우승후보라는 타이틀을 가능하게 해준다.

2세대들에 의해 길러진 베켄바워, `74 월드컵 결승전에서 요한 크루이프의 전담 마크맨이었던 베르티 포그츠, 그리고 에리히 리벡이 그들이었다. 이 엘리트들은 네어츠와 헤어베르거의 맨땅에서의 헤딩을 헛되게 하지 않으며, 1990년 월드컵 우승과 유로96의 우승을 이끌며 가장 찬란한 시대를 열게 된다.이들 또래의 감독들은 아직도 유럽 곳곳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바이에른 뮌헨 중흥의 명장 오트마어 히츠펠트와 레버쿠젠 중흥의 맹장 클라우스 토프묄러가 대표적이라 할 수 있다.

4세대는 이들이 길러낸 세대로서 대부분 전후 세대들이다.

풍족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한 독일의 치밀한 사회보장제 아래의 스포츠 육성정책이 탄생시킨 축복받은 세대라 할 수 있다.현 대표팀 감독 루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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