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선진국의 사교클럽’이라고 불리는 OECD 회원국이 된 지 6년이나 지났으나 선진국은 아직은 목표일뿐이다. 선진국 관리를 놀라게 한 환경관련법만이라도 제대로 지켜졌다면 월드컵이‘오염대회’가 되지나 않을까 걱정할 정도로 서울의 환경이 후진국 수준에서 맴돌지는 않을 것이다. 엊그제 이한동 국무총리가 몇몇 장관과 모여 발표한 어린이 보호육성 종합대책도 ‘법 따로, 현실 따로’를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하다. 어린이들이 법이 없어서 위험에 빠지고 어른들에 의해 이용당하고 학대를 받는 것은 아니다.
▷전국 초등학교와 유치원 주변에는 어린이보호구역(스쿨 존)이란 게 있다. 학교 정문을 중심으로 반경 300m 이내 지역에는 안전표지판과 신호등이 설치되고 자동차는 시속 30㎞ 이하로 서행해야 한다. 운전자들이 규정을 지키면 학교 주변에서는 교통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 그러나 현실은 어떤가. 경찰청이 3월 한 달 동안 스쿨 존에서 교통법규 위반차량을 단속한 결과 무려 2만3296건이 적발됐다. 교통사고로 75명이 다쳤으며 그중 초등학생 부상자가 61.3%인 46명이나 됐다. 그런데도 단속기간을 제외하면 학교 앞에서 경찰을 보기가 힘들다.
▷프랑스의 초등학교와 유치원 주변에는 항상 경찰이 있다. 학생들의 등하교 시간은 물론 점심시간에도 빠짐없이 경찰이 출동해 길을 건너는 학생들을 보호하고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다. 프랑스에 ‘경찰관 학교출동법’ 같은 법이 있어서 그러는 게 아니다. 어린이는 보호받아야 할 대상이고 경찰은 국민의 안녕을 책임져야 하기 때문에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학교 앞으로 출동한다. 어린이날 선물로 전국의 어른들이 “어린이에게 한 약속은 반드시 지키겠다”는 다짐을 하면 어떨까.
방형남 논설위원 hnbh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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