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스페인엔 '에코' 대신 '레베르테'가…

  • 입력 2002년 3월 8일 17시 32분


플랑드르 거장의 그림/아르투로 페레스 레베르테 지음 정창 옮김/505쪽 9500원 열린책들

뒤마클럽/아르투로 페레스 레베르테 지음 정창 옮김/560쪽 9500원 시공사

추리소설의 전통적인 기법인 수수께끼풀이, 혹은 암호풀기의 얼개로 전개되는 이 두 소설은 ‘스페인의 움베르토 에코’로 불리는 작가 아르투로 페레스 레베르테의 작품이다. 각기 다른 출판사에 의해 국내에서 동시 출간됐지만 작가는 ‘플랑드르…’를 먼저 썼고 ‘뒤마 클럽’을 다음에 집필했다. 두 소설 모두 레베르테의 현학성과 서양문화에 대한 풍부한 지식을 마음껏 자랑하고 있다. ‘플랑드르 거장의 그림’에서는 체스게임의 치열한 두뇌플레이, 뒤마클럽에서는 알렉상드르 뒤마의 소설 ‘삼총사’의 등장인물과 시대적 배경이 해부대 위에 올려진다.

영화 ‘나인스 게이트’의 원작으로 눈길을 모으는 ‘뒤마클럽’은 거실에서 목을 맨 시체로 발견된 한 출판인의 죽음으로 시작된다. 이어 희귀한 고서를 전문으로 취급하는 책사냥꾼 코르소가 등장, 작가인 나를 찾아와 ‘앙주의 포도주’라는 뒤마의 소설 육필원고를 보여준다. 이때부터 작가는 알렉상드르 뒤마의 ‘삼총사’를 우리가 혀를 내두를 정도로 철저하게 해부 분석한다.

코르소는 톨레도의 서적상으로부터 이 세상에 단 세 권 밖에 없는 ‘아홉 개의 문’을 찾아 진위를 밝혀달라는 주문을 받는다. 코르소는 의뢰인의 주문을 받아 책을 찾는 과정에서 삼총사의 텍스트에 등장하는 어둠 속의 존재, 흉터가 있는 수상한 사내의 미행을 당하게 되고 코르소가 아홉 개의 삽화가 있는 악마를 부르는 교본 ‘아홉 개의 문’을 찾아다니면서 만난 고서 소장가들이 차례로 의문의 죽음을 당한다. 악마의 으스스함에 이르기까지 독자들을 몰입하게 만드는 이 소설은 현실과 비현실을 절묘하게 직조하면서 레베르테가 깔아놓은 복선의 함정 속으로 독자가 유쾌하게 빠져들게 한다.

'뒤마클럽'을 각색한 영화 '나인스 게이트'

‘플랑드르 거장의 그림’은 고미술 복원가인 훌리아가 체스게임하는 15개의 패널화를 복원하던 중 그림속에 감춰진 라틴어 문장을 발견하고 500년 전의 살인사건과 관련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는 내용으로 시작된다. 훌리아는 5세기 전의 살인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패널화에 그려진 체스게임의 비밀을 풀고자 체스 플레이어 무뇨스의 도움을 받는다. 그러나 그들이 체스게임의 비밀을 차례차례 풀어가는 도중에 현실에서도 잇달아 살인사건이 발생하여 소설은 중층적 구조를 띠면서 독자들을 짜릿한 미로속으로 안내한다.

‘플랑드르 거장의 그림’ 읽기는 살인사건의 해결보다 ‘플랑드르 예술’ 읽기와 체스 플레이어의 치열한 심리전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500년을 넘나드는 음모와 배반을 다루면서 작가는 세상 보는 방법을 이야기하기 위해 메커니즘으로 체스게임을 적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 두 소설을 발표한 작가 레베르테는 스페인의 대표적인 베스트셀러 작가다. 분쟁지역 기자로 오랫동안 활동한 뒤 작가로 데뷔하여 ‘검의 대가’ ‘플랑드르 거장의 비밀’ ‘뒤마클럽’같은 추리소설을 잇달아 발표하며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그의 작품들은 지나치게 현학적이고 역사적이어서 오히려 흥미진진한 추리소설 읽기의 부담이 된다고도 얘기되지만. 그것은 움베르토 에코의 추리소설도 마찬가지다.

게다가 ‘플랑드르 거장의 그림’과 ‘뒤마클럽’은 에코의 추리소설보다 좀 더 대중적이고 마술적인 재미를 갖고 있다. 소설의 주인공인 탐정이 영웅이 아니라 일개 책사냥꾼이나 미술복원가라는 점, 그의 소설 속에 악마와 살인사건과 사랑이 적절하게 배치되어 있는 것도 독자들을 흡인하는 매력이다.

이수광 추리작가·한국추리작가협회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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