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재래식무기 논의 시작할 때다

  • 입력 2002년 2월 27일 18시 29분


한미 군사 당국이 북한의 재래식무기 문제를 포함해 남북간의 초보적인 군사신뢰조치(CBM) 구축방안에 대한 공동전략을 마련해 향후 대북 협상에서 활용하기로 한 것은 한반도의 항구적인 평화정착을 위해 올바른 방향을 잡은 것이라고 본다. 얼마 전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도 북한의 재래식무기 문제를 본격 거론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만큼 정부는 앞으로 북측에 대해 군사관련 사안을 제기하는 데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

어제 발표된 남북간 군사적 신뢰구축 조치에 대한 한미 공동연구는 △신뢰구축에 관한 남북간 협의 증진 △정전체제 준수 △우발적 충돌 및 오해 방지 등의 분야에서 구체적인 방안 30여가지를 내놓았다. 앞으로 남북이 풀어가야 할 군사문제의 첫걸음에 속하는 이 내용은 92년 남북기본합의서를 기초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북측도 이에 적극 호응해야 할 의무가 있다.

우리 정부는 지금까지 재래식무기 및 신뢰구축에 관한 문제를 남북간에 해결해 나갈 문제라고 생각해왔으나 이번 연구를 계기로 앞으로는 한미가 함께 이 문제를 협의해 가기로 했다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이라는 장기 과제는 현실적으로 미국 등 주변국의 영향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 이번 조치는 우리의 대북 전략이 보다 실질적인 방향으로 나아가는 전기가 될 수 있다.

무엇보다 정부는 이번 연구를 계기로 향후 대북 협상에서 군사문제를 적극 제기하는 자세를 보여줘야 한다. 우리는 정부가 그동안 햇볕정책 추진 과정에서 북측에 군사문제를 적극 내놓지 않았던 것이 전략적인 실수였다고 생각한다. 정부는 군사문제를 거론하는 것이 자칫 햇볕정책에 걸림돌이 될 것을 우려한 듯하나 ‘안보 없는 햇볕’은 결국 공허한 결말로 끝날 수밖에 없음이 점차 분명해지고 있다. 그런 점에서 이번 한미 공동연구는 정부의 대북 전략이 대폭 수정 보완되는 계기가 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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