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이 아닌 올 6월의 실제상황에서는 어떻게 될까. 안타깝게도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굳이 “한국은 예선을 통과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축구황제’ 펠레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16강은 분명히 버거운 목표다. 월드컵 5차례 출전에 4무10패, 여기에 우승후보인 포르투갈은 그렇다 쳐도 반드시 이겨야 할 상대라는 미국 폴란드조차 우리보다 세계랭킹이 훨씬 앞선다. 1승이라면 또 모를까, 16강 얘기만 나오면 축구인마저 고개를 외로 꼰다. 애초부터 목표를 너무 높게 잡았다는 자성론까지 나오는 판이다.
▷기대와 달리 월드컵 열기가 썰렁한 것도 대표팀 성적과 무관하지 않다. 올 들어 거둔 성적이 1승1무4패, 연봉 100만달러에 거스 히딩크 감독을 모셔왔건만 선수들의 헛발질은 여전하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탓일까. 벌써부터 이웃 일본의 필립 트루시에 감독에 빗대어 히딩크 감독의 자질론을 들먹이기도 한다.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은 어제 “세계인은 한국이 몇 등을 하느냐가 아니라 월드컵이 평화롭고 안전하게 치러졌느냐를 평가한다”고 했지만 지고 나서 그런 말이 위안이 될까.
▷그렇다고 목표를 낮출 수는 없다. 역대 월드컵 개최국 치고 16강에 오르지 못한 팀이 없다는 사실에서도 그렇다. 아무리 대회를 순탄하게 치른다 해도 예선탈락하면 두고두고 불명예로 회자되기 십상이다. 이제 월드컵까지 꼭 100일이 남았다. 히딩크 감독과 선수들의 분발을 기대한다. 굳이 부담을 주려는 뜻은 아니지만 사즉생(死則生)이란 말도 있지 않는가. 월드컵 첫 승리에 목숨을 건다는 각오라면 16강 진출이 꿈만은 아니다. 선수들에게만 기댈 일이 아니다. 우리도 100일 동안 치성을 드리자. ‘마지막 15분’을 실현시키기 위해.
최화경 논설위원 bb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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