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의 눈]김철수/고교평준화는 위헌이다

  • 입력 2002년 2월 17일 18시 29분


고교입시와 대학입시 철에 고교평준화에 대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재정경제부 장관은 일제시대의 비 평준화 정책이 좋았다고 하면서 고교평준화에 대한 강력한 불만을 표시했고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는 고교평준화 정책의 폐지를 요구하고 나섰다. 이에 대해 몇몇 시민단체와 교원단체는 평준화정책은 유지되어야 한다며 강력히 반대하고 나섰다.

정치권에서도 고교평준화를 반대하는 입장과 이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 대립되고 있다. 이들의 주장은 주로 고교평준화가 가져온 경제적 효과나 사회적 효과를 중심으로 논의되고 있다. 경제적으로 보면 고교평준화를 폐지할 경우 국민소득이 2배로 늘 것이라는 주장과 빈부의 격차가 더 벌어질 것이라는 주장이 대립되고 있다.

그러나 교육정책에 있어서 가장 기본적인 헌법에 따른 논쟁은 없어 안타깝다. 현재의 고교평준화 정책은 헌법이나 법률에 근거하기보다는 시행령이나 교육감의 지시에 근거하는 점이 강하다. 고교평준화는 일부 지역에서 새로 도입되기도 하고 또 다른 지역에서는 폐지되고 있는 것을 보더라도 법률에 근거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국가의 백년대계라고 하는 교육정책이 조령모개(朝令暮改)하는 것은 교육헌법주의나 교육법정주의에 위배되기 때문이다. 표를 의식한 정치가들의 인기영합주의에 따라 결정되고 있기 때문에 교육정책이 우왕좌왕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부터라도 교육은 입헌주의와 법치주의에 따라 해야 한다.

우리 헌법의 교육이념이 교육의 수월성을 중시하느냐, 아니면 평등을 중시하느냐가 논란이 되고 있다. 헌법의 교육이념은 절대적 평등이 아니라 교육의 수월성 추구에 있다. 헌법 전문(前文)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모든 영역에 있어 각인(各人)의 기회를 균등히 하고, 능력을 최고도로 발휘’하도록 국가에 의무를 지우고 있으며 헌법 제31조는 ‘모든 국민은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하고 있다. 교육에서의 평등은 능력에 따른 차이를 인정하는 상대적 평등이다. ‘같은 것은 같게, 다른 것은 다르게’ 취급하는 것이 평등의 이념이다.

교육기본법은 이를 받아 ‘교육내용·교육방법·교과 및 교육시설을 학습자의 인격을 존중하고 개성을 중시하여 학습자의 능력이 최대한으로 발휘될 수 있도록 강구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과연 현재의 평준화 고교교육이 개성을 중시하며 학습자의 능력을 최대한으로 발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지 교육인적자원부와 교육감들은 반성하여야 하며, 헌법에 위반되고 법률에 위반되는 행정에 대해서는 책임을 져야 한다.

헌법재판소도 국민의 배울 권리는 행복추구권에서 나오며 다른 기본권의 기초가 되는 기본권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또 부모의 가르칠 권리, 교육시킬 권리를 헌법상의 권리로 인정하고 있다. 교육기본법은 제12조에서 ‘학생을 포함한 학습자의 기본적 인권은 학교교육 또는 사회교육의 과정에서 존중되고 보장된다’고 하고 있다.

그런데 학생이나 학부모의 학교선택권은 무시한 채 근거리 통학이라는 명목으로 학교를 강제 배정하고 있는 것은 기본권 침해도 이만저만한 침해가 아닌 것이다.

지난번 과외금지법 위헌판결에서도 명백히 드러난 바와 같이 학부모는 자녀에 대한 교육권을 가지며, 이 권리에 따라 종립학교(宗立學校)에 보낼 것인가 공립학교에 보낼 것인가, 특수목적 고등학교에 보낼 것인가 자립형사립학교에 보낼 것인가를 결정하는 학교선택권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자신의 판단에 따라 자립형사립학교의 설립을 추천하지 않는 교육감들은 아마 선거를 의식하고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교육정책은 표를 얻기 위한 술책이 되어서는 안 된다.

고교평준화에 대해서는 헌법재판소에서 위헌판결이 나와야 하며, ‘능력과 적성’에 따른 교육을 받을 권리를 회복해 주어야 한다. 헌법소원 청구인이 없어 헌법재판소가 조속한 결정을 내리지 않고 있다고 해도 교육당국 스스로 하루빨리 정책을 바꾸어 헌법과 법률에 따른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헌법에 따라 ‘적성과 능력’에 따른 교육을 하기 위하여 정부나 지방자치단체는 다양한 교육시설을 설치할 의무가 있으며, 과학고 외국어고 예술고 체육고 정보고 자립형사립학교 영재교 등을 육성하여 학생과 학부모에게 학교선택권을 보장해 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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