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덕방]황재성/‘집값 담합’은 제 발등 찍기

  • 입력 2002년 2월 14일 17시 35분


황재성 / 경제부
황재성 / 경제부
경제학에서 시장가격은 수요곡선과 공급곡선이 만나는 점에서 결정된다고 정의한다. 따라서 시장은 공급자와 수요자의 일방적인 욕심을 허용하지 않는다고 본다.

그런데 한국의 주택시장에서는 예외적인 현상이 나타나곤 한다.

요즘 서울 마포구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는 평당 1000만원 받기 운동이 한창이다. 주민들끼리 이를 지키도록 독려하고 이보다 싼값에 매매를 알선한 중개업소에 대해서는 제재를 가한다는 게 주요 활동 내용이다.

매주 월요일 동아일보 B섹션에 아파트시세표가 게재되면 두세 통의 항의성 전화가 걸려온다. 한결같이 자신들이 원하는 것보다 가격이 낮게 게재됐다며 정정을 요구해온다. 시세 정보를 제공한 중개업소까지 곤욕을 치른다. “장사 다 하고 싶냐”는 협박도 적지 않다.

연초 정부의 강력한 세무조사 대상이 된 강남구에서는 중개업소들이 지난해 말 나타난 아파트 값 급등에 적잖은 기여를 했다. 3, 4명의 중개업자가 결탁해서 한 중개업자가 시세보다 훨씬 높은 가격으로 매도 주문을 내면 다른 중개업자가 이를 받아들인다는 의사를 표시해 이를 시세인 것처럼 외부에 공표한 것.

중개업자와 매도인의 가격 담합도 수시로 이뤄진다. 중개업자가 매도인이 원한 가격보다 훨씬 비싸게 팔아주면 여기서 생긴 차익은 일정 비율씩 나눠 갖는 방식이다.

인간에 대한 수많은 정의 가운데 ‘호모 이코노미쿠스’란 게 있다. 인간은 자신의 이익과 쾌락을 극대화하는 데만 관심을 갖는다는 의미다. 경제활동은 인간의 이런 속성을 인정하는 바탕에서 이뤄진다.

하지만 몇몇이 결탁해 집값을 부풀리는 중개업자의 행태는 피해자를 수반한다는 점에서 사회적 인정을 받기가 어렵다. 특히 그 피해자는 내 집 마련의 꿈을 안고 알뜰살뜰 살아가는 서민들이다.

사회가 성숙하면 부당하게 얻는 이익에 대해서는 철저한 환수가 이뤄지게 마련이다.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원칙도 강화된다. 강남지역 재개발 아파트에 대한 세무조사가 그렇고 기준시가를 수시고시제로 바꾸는 방안이 그렇다.

‘평당 1000만원 받기 운동’ 같은 인위적인 조작으로 결정된 가격은 시장가격이 아닐 뿐만 아니라 오래 지속할 수도 없다.

황재성기자 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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