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DJ는 검찰 잘못에서 자유로운가

  • 입력 2002년 1월 16일 18시 11분


“검찰이 잘하지 못해 정부가 큰 피해를 본 측면이 있다”는 김대중 대통령의 발언은 이 정부 들어 거듭된 검란(檢亂)에 대한 자기 반성이 결여돼 있다. 각종 게이트에서 만신창이가 된 검찰의 모습을 보면서도 정부가 검찰 잘못의 피해자라고 언급한 것은 대통령이 현 시국을 바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결과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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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에 대한 신뢰가 바닥에 추락한 주요 원인은 김 대통령이 법무부장관과 검찰총장에 대한 인사를 그르쳤기 때문이다. 부인 옷로비에 휘말린 검찰총장을 임기도 채우기 전에 법무부장관으로 임명하고 마지막까지 보호하려다가 상처를 입을 대로 입고 나서야 물러섰다. 검사 경력이 취약하고 자질 검증이 덜 된 법조인을 법무부장관으로 임명했다가 어처구니없는 충성 맹세가 터져나와 최단명 법무부장관을 기록했다. 국회의 탄핵으로부터 보호해준 검찰총장은 특검에 가서 바로 뒤집힐 수사를 해놓고 특검이 새로 찾아낼 것이 없다고 100% 자신했다.

검찰에 게이트가 끊이지 않는 것은 내부의 건강한 견제와 균형을 갖출 수 있는 인사가 이루어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주요 사건의 수사 라인이 형님 동생 하는 검사들로 이루어진 풍토에서는 동류(同類)의 사고에 빠져들어 오류를 시정하는 기제가 작동하지 못한다. 과거 정부에서도 검찰 요직은 대통령과 동향 출신의 믿을 수 있는 사람에게 맡겼다는 변명을 할지 몰라도 과거의 잘못이 현재의 현저한 잘못을 덮는 구실이 될 수는 없다.

김 대통령은 정부 출범 초기에 ‘검찰이 바로 서야 나라가 바로 선다’고 강조했지만 검찰이 홀로 그리고 바로 설 수 있도록 검찰의 인사와 제도의 개혁에 나서지 않았다. 야당 시절에 줄기차게 요구했던 검찰총장 인사청문회를 도입하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정권의 보위를 먼저 생각해 요직 인사에서 균형을 잃었다.

검찰 조직 스스로도 민주화라는 변화에 적응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은 잘못이 있지만 외부로부터 주어진 개혁 유인도 없었다. 검찰이 잘못된 책임으로부터 김 대통령은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검찰은 민주화 이후 권력이 집중되고 견제와 감시가 약해져 도덕적 해이가 심하고 이곳 저곳 정치권에 줄을 대려는 정치검사들이 수두룩하다. 이러한 혼란을 바로잡을 수 있는 길은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보장할 수 있는 방향으로 인사와 제도를 개혁하는 길뿐이다.

검란의 와중에서 임명되는 신임 검찰총장은 엄정한 독립을 지키고 당장 눈앞에 어질러진 게이트들을 특검이 필요 없을 정도로 철저하게 수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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