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6월 남북정상회담 이후 비전향 장기수는 63명 전원이 북으로 송환된 반면 납북자들은 생사확인조차 이뤄지지 않는 등 ‘정부는 헌법에 명시된 국민보호 의무를 방기했다’는 게 이번 소송의 청구 취지다. 이 단체 회장인 최우영(崔祐英)씨는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이번 소송을 통해 우리가 살아온 ‘조국의 양심’을 확인하고 싶다”고 했다. 국가는 국민을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국가의 의지(정책)와 국민 개개인의 인권은 어떤 상관관계를 맺어야 하는지를 새삼 생각해보게 하는 말이다.
▷다른 나라의 경우는 어떨까. 1976년 이래 하와이의 히캄 공군기지 내에서 활동하고 있는 미 육군중앙신원확인소(CILHI)가 좋은 예가 될 듯하다. 이 기관은 첨단장비와 전문인력을 갖추고 전 세계의 여러 전장에서 전사한 미군 유해를 발굴하고 감식하는 일을 한다. 6·25전쟁 중 발생한 실종미군(MIA)의 유해도 판문점에서 인수받는 즉시 이곳으로 보내진다. 말하자면 이 기관은, 미국이 포로와 실종자 등 조국을 위해 봉사한 국민을 조국으로 데려오는 것을 국가의 최우선정책으로 삼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상징인 것이다.
▷납북자가족협의회 사람들의 희망은 소박하다. 미국이 수십년 전에 실종된 유해 발굴에 엄청난 국가예산을 들이는 것처럼 돈으로 납북자 문제를 해결해 달라는 것도 아니고, 비전향 장기수를 앞세워 ‘영웅 놀음’을 벌이는 북한처럼 대접해 달라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그들은 다만 정부가 납북자 문제에 조금 더 신경 써주기를 바랄 뿐이다. 우리가 북측에 비전향 장기수를 돌려줬듯이 북측도 이젠 납북자를 돌려보내라고 우리 정부가 당당하게 요구하기를 바랄 뿐이다. 그것이 정녕 지나친 요구일까. 언제까지 국민은 국가 정책의 대의(大義) 뒤에서 눈물을 흘려야 하는가.
송문홍논설위원songm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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