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2001 부동산시장(상)]저금리 바람…분양열기 '후끈'

  • 입력 2001년 12월 23일 17시 42분



2001년은 부동산 시장에 새로운 패러다임이 정착된 첫 해로 기억될 것 같다. 부동산시장이 금리와 거시경제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리츠(부동산투자신탁) 시대가 열렸기 때문이다.

경기 침체 탓에 소강상태로 시작된 올해 부동산 시장은 ‘저금리 태풍’을 만나면서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저금리는 투자자들을 부동산시장으로 끌어들였다. 소형아파트와 재건축 대상 아파트 값은 크게 올랐고 임대용 주상복합 오피스텔 등이 인기를 끌었다. 이사철마다 만성적인 전세난에 서민들의 주름살은 깊어졌다. 올 부동산 시장을 2회에 걸쳐 결산해본다.

▽저금리 태풍〓올 부동산 시장은 저금리가 움직였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저금리로 갈 곳을 찾지 못한 자금이 부동산 시장에 몰려들었다. 돈을 은행에 두면 손해라는 인식이 퍼졌다. 이같은 자금은 재건축 대상 아파트, 임대용 소형 아파트, 동시분양 아파트, 신규분양 오피스텔 주상복합 등으로 집중됐다.

저금리가 부동산 시장의 화두로 떠오른 것은 부동산 시장과 거시경제의 동조화를 보여준다. 부동산114 김희선이사는 “과거 금리를 따져가며 부동산 투자를 저울질 한 적은 드물었다”며 “올해는 부동산시장이 거시경제 영향을 직접 받기 시작한 원년”이라고 말했다.

▽아파트 값 상승〓올해 재테크 수익률 1위로 소형 아파트가 꼽혔다. 주식이나 채권 등 다른 금융상품은 물론, 부동산 투자상품 중에서도 으뜸이었다. 부동산114 조사에 따르면 서울의 20평형 이하 소형아파트 값은 연초 대비 22.3%나 올랐다. 수도권 소형아파트도 한 해 동안 17.4% 상승했다. 월세 임대를 통해 임대수입을 노린 투자자들이 소형아파트 매입에 주력한 까닭이다. 30평형 이상 중대형 평형도 10% 이상 올라 아파트값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재건축 대상 아파트도 아파트값 상승세를 주도했다. 서울 재건축 대상 아파트는 1년 간 무려 30.1%나 올라 폭등세를 나타냈다. 주요 재건축 정책이 발표될 때마다 재건축 아파트 값이 춤을 췄지만 가격 상승세는 꾸준히 유지됐다. 잠실 개포 고덕 주공아파트는 비수기인 12월에도 폭등세를 보였고 도곡저층 영동 등 재건축을 앞둔 저층 아파트값은 1년 새 두배로 오르기도 했다.

유니에셋 조사결과, 서울 129개 재건축 대상 아파트의 시세 총액은 99년 초 16조원에서 2년6개월만에 2배인 32조원으로 상승했다.

▽전세난 만성화〓2000년부터 심화된 전세난이 올 해는 이사철마다 만성적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대책도 효과가 없었다. 임대시장에 월세가 빠르게 퍼져 서민들의 고통이 커졌다.

건설교통부가 8∼9월 수도권 임대시장을 조사한 결과 전세계약이 끝난 뒤 월세로 전환하는 비율이 42.9%로 나타났다. 집 주인은 월세 수입에 매력을 느꼈고 세입자는 전셋집이 모자라 월셋집에 입주할 수밖에 없었다. 다만 월세 이자율은 소폭 떨어졌다.

▽신규분양 열기〓신규 분양 시장도 후끈 달아올랐다. 웃돈을 노린 단기 투자자가 몰리면서 주상복합 오피스텔 분양은 과열 조짐까지 나타났다. 서울 동시분양도 마찬가지. 11차 서울 동시분양에는 사상 최대인 11만1500여명의 청약 인파가 몰려들었다. 강남권 한강변 아파트는 수백대 1의 청약경쟁률을 기록하며 인기를 끌었다. 2002년 청약통장 가입자가 2배 이상 늘어나 그 이전에 청약하려는 수요자가 몰린 까닭이다. ‘묻지마 투자’와 ‘떴다방’도 분양시장의 단골 용어로 자리잡았다.

이같은 청약 열기에 힘입어 오피스텔은 서울 수도권에만 3만5000여실이 공급됐다. 지난 해보다 4배 이상 늘어난 물량이다. 강남 도심의 소형 주거형 오피스텔은 분양 첫날 공급이 끝나는 사례도 잇따랐다. 주상복합도 사상 최대인 2만 가구 이상이 서울 수도권에 쏟아졌다.

해밀컨설팅 황용천사장은 “서울 수도권에 공급된 주상복합 오피스텔은 무려 8조원 어치”라며 “여기에 몰린 자금만 20조원이 넘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 상품별 차별화 심화〓아파트 값이 오르고 청약 열기가 뜨거웠지만 지역이나 상품별 차별화는 심해졌다. 서울 강남권, 소형, 재건축 대상, 역세권 등 인기 요소를 갖춘 부동산만 상승세를 탔고 그렇지 못한 상품은 외면당했다.

▽리츠 시대 열려〓부동산투자회사법이 마련되고 1호 리츠 상품도 선보였다. 일반리츠 1호인 에이팩리츠의 주식 일반공모 청약률이 저조했지만 리츠 출범 자체로 한국 부동산 시장은 새로운 시대를 맞게 됐다. 부동산 보유 기업, 금융권, 자산관리업체 등이 리츠 준비에 나선 것도 수확이다.

<이은우기자>lib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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