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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12월 14일 17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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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우려되는 일은 청와대 일각과 정치 브로커들의 선이 닿았었다는 점이다. 과거에도 청와대를 사칭한 정치 브로커나 사기꾼은 있었지만 지금과는 상황이 다르다. 그들의 비리를 적발해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대책을 강구해야 할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이 거꾸로 브로커와 어울렸고 나아가 그를 통해 1억원의 ‘검은 돈’을 받았다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신광옥(辛光玉) 전 법무부 차관은 민주당의 교육특위 비상근 부위원장인 최택곤(崔澤坤)씨를 통해 1억원을 받은 사실이 없다고 부인하면서도 최씨를 업무 차원에서 4, 5차례 접촉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민정수석비서관이 민주당의 비상근 부위원장을 4, 5차례나 만나야 할 업무는 도대체 무엇인가. 민주당의 특위 부위원장은 실제로 ‘명함용 직함’일 뿐이다. 그 수만 해도 660여명이나 된다고 한다. 민정수석비서관이 그런 인사를 여러 차례 만나 업무를 협의할 정도로 한가한 자리인가. 아니면 최씨의 영향력이 그만큼 큰 때문인가. 누구보다 엄격해야 할 민정수석비서관의 근무 자세가 그 정도라면 공직사회의 기강이 정말 우려된다.
금융감독원의 조사를 무마하기 위해 금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전 아태재단 후원회 사무처장 황용배(黃龍培)씨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는 99년 옷로비사건 당시 대통령 부인 이희호(李姬鎬) 여사를 만나 최순영(崔淳永) 전 신동아그룹 회장의 구명운동을 했다고 스스로 떠들고 다닌 사람이다. 이번에는 그가 군 정보사 직원을 통해 청부폭력을 지시했다는 보도까지 나오고 있다. 만약 황씨가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직접 설립한, 현 정권의 산실이라 할 수 있는 아태재단과의 인연이 없었다면 그런 행동을 할 수 있었을까.
최씨와 황씨의 경우는 현재 정치 브로커 ‘판’의 극히 일부분일 뿐, 전체 실상은 우리의 상상을 초월할지도 모른다. 그만큼 권력 주변의 비리와 이권 청탁은 심각한 상태다. 우리는 그 근본 원인이 스스로 과거 인연이나 특정지역과의 연고를 깨끗이 청산하지 못한 청와대에서 시작됐다고 판단한다. 이런 상태로는 아무리 개혁을 외치고 깨끗한 정부를 표방해도 헛일이다. 청와대는 우선 주변 관리부터 철저히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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