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떳떳지 못한 여당의 '감표거부'

  • 입력 2001년 12월 9일 18시 33분


민주당이 8일 신승남(愼承男) 검찰총장에 대한 국회 탄핵안 표결 과정에서 감표(監票)를 거부한 것은 의회 정치의 본분을 망각한 또 다른 악선례다. 민주당의 이날 감표 거부로 신 총장에 대한 탄핵안은 본회의에 보고한 때로부터 72시간 안에 의결해야 한다는 국회법에 따라 어제 오후 자동 폐기됐지만 그 여파는 만만치 않다.

본란은 그동안 신 총장 탄핵문제에 대해 여야가 국회법에 따라 정정당당히 표결하고 그 결과에 깨끗이 승복하라고 촉구해 왔다. 그러나 민주당은 탄핵안이 불법이라며 이날 표결에 참여하지 않았고 자민련 의원들은 표결이 시작되자 곧바로 퇴장했다. 이 같은 표결 불참은 정당으로서의 역할을 스스로 포기한 행위다. 특히 본회의장에 머물러 있으면서도 표결에 참여하지 않는 민주당 의원들의 이날 행동은 무슨 변명을 해도 국민을 납득시키지 못할 것이다. 그래서 ‘꼼수 정치’라는 말이 나온다.

여기에다 민주당은 국회법에도 맞지 않는 감표 거부라는 ‘카드’로 탄핵안 개표를 무산시켰다. 국회법 제114조 2항에는 “기명 무기명 투표를 할 때에는 의장은 의원 중에서 약간인의 감표위원을 지명하고 위원의 참여 하에 직원으로 하여금 명패와 기명 무기명 투표수를 점검 계산케 한다”고 되어 있다. 민주당측은 감표 행위가 권리이지 의무는 아니라며 감표를 거부한 데 대한 명분을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국회의장이 감표위원을 지명한 이상 국회법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 여당으로서 취해야 할 당연한 자세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신 총장에 대한 탄핵안이 자동 폐기된 것은 다행이라며 탄핵안이 파행으로 처리된 책임은 사회를 맡은 이만섭(李萬燮) 국회의장과 한나라당에 있다고 주장한다. 오히려 잘됐다며 정치 공세를 펴고 있는 분위기다. 물론 한나라당측에서 “여당 감표위원이 없으면 개표를 못한다”고 주장한 것은 당내 반란표 등 개표 결과에 대한 자신감이 없었기 때문이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사실이 그렇다면 민주당은 왜 감표에 떳떳이 나서지 않았는가.

민주당의 속셈이 어떤 것이었든 신 총장의 탄핵 문제를 둘러싼 그들의 처신은 국민에게 실망만 안겨 주었다. 탄핵의 대상에까지 오른 신 총장을 구태여 감싸고 들어가려는 민주당의 태도도 그렇지만 여당으로서 감표 거부라는 악선례를 남긴 것도 기록할 만한 일이다. 그런 태도로는 아무리 민주 정당으로 탈바꿈하려 해도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한다는 사실을 민주당은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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