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검찰총장 면죄부 아니다

  • 입력 2001년 12월 9일 18시 33분


국회에서 신승남(愼承男) 검찰총장에 대한 탄핵 소추안이 무산되고 말았지만 이것이 결코 검찰과 신 총장에 대한 ‘면죄부’는 아니다. 검찰은 자민련의 정치적 줄타기로 인해 이미 예상되었던 것이라며 안도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검찰이 환호작약(歡呼雀躍)할 때는 결코 아니다. 이제부터라도 뼈를 깎는 자세로 내부 개혁을 서두르고 실추된 위상과 권위를 추슬러야 할 것이다. 아울러 신 총장이 검찰의 수장으로서 더 이상 검찰을 개혁하고 이끌어 나가기 어려운 상태라는 것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검찰은 법질서를 바로잡고 국가 기강을 세우는 법치의 중추기관이다. 이 사정(司正)의 주체가 국민의 불신을 받고 권위가 흔들린다면 그것은 어떤 의미에서 국가적 재난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정치권이 검찰의 문제를 제기하고, 탄핵안이 의결되었느냐 말았느냐의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본질적으로 국민이 검찰을 엄정한 사정기관으로 믿으려 하지 않고 코웃음 쳐 버리는 현실을 국가적 위기로 직시하고 걱정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검찰의 고검장을 비롯한 간부 검사 세 명이 사표를 내야 했던 ‘이용호 게이트’ 수사만 해도 그렇다. 처음부터 수사를 수사답게 했으면 그런 수치와 손가락질은 면했을 것이다. 1년여 전에 서류를 몇 박스나 압수하고 피의자를 데려왔다가 ‘전화 한 통화에’ 하루만에 손 털고 무혐의로 내보내 버렸다. 전화를 한 사람은 억대의 변호사 수임료를 받은 전직 검찰총장으로 드러났다. 그리고 그 이용호씨 회사에 신 총장의 동생이 고용되고 돈을 받은 사실도 밝혀졌다.

국민이 비웃을 수밖에 없다. 더욱이 그때 풀려 난 이용호씨로 인해 피해자는 더 늘어났다. 그런 연후에야 검찰 역사에 없는 특별감찰본부를 만들어 자체 감찰을 하고, 그것도 부족해 결국 특별검사가 나서게 되었다. 국민이 검찰에 분노하는 이유다. ‘정현준 게이트’에서 국가정보원 경제단장이 5000만원이나 받은 사실을 캐 놓고도 일년이나 뭉개다 뒤늦게 구속했다. ‘진승현 게이트’에 연루된 국정원 경제과장을 이제야 구속하는 뒷북치기 검찰이다.

그리고 이 수사 미진과 의혹사건의 기간중에 신 총장은 차장과 총장을 지냈다. 법률적으로는 신 총장 말대로 죄가 없을지 몰라도, 도덕적으로 흠이 드러나고 권위에 상처를 입은 총장이 검찰을 이끄는 것은 적절치 않다. 앞으로 검찰이 가차없고 성역 없는 수사를 벌이기 위해서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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