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월드컵]한국월드컵조직위 공동위원장에게 듣는다

  • 입력 2001년 11월 27일 20시 11분


《이제 2002월드컵축구대회까지 남은 기간은 6개월 남짓. 내달 1일 본선 조추첨이 끝나면 세계 축구계는 바야흐로 월드컵 무드에 흠뻑 젖어든다. 하지만 대회의 성공 개최를 진두 지휘하고 있는 한국월드컵조직위원회(KOWOC) 정몽준, 이연택 공동위원장은 분위기에 취해 있을 여유가 없다. 남은 기간 완벽한 대회 개최를 위해 숨가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두 위원장의 소감과 포부를 들어본다.》

▼정몽준위원장 "국민통합 최고의 선물…16强 기대해볼만"

대한축구협회장과 국제축구연맹(FIFA) 부회장을 겸하고 있는 정몽준 위원장은 내년 월드컵에서의 한국 16강 진출에 대해 낙관적인 견해를 밝혔다.

-내달 1일 월드컵 본선 조추첨 행사에 국내 축구팬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데 개인적으로 바라는 조편성 시나리오가 있다면….

“참가국 모두 험난한 예선을 통과한 강팀이라 어느 한 팀 만만히 볼 나라가 없다. 개최국으로서 시드를 배정받게 돼 최강팀과 예선전에서 맞붙는 일은 없겠지만 유럽 1팀, 북중미 1팀, 아프리카나 남미 1팀과 같은 조에 편성된다면 최상이 아닐까 생각한다. 하지만 조편성 행운을 기대하기보다 실력으로 좋은 성적을 올리도록 노력하는게 좋겠다.”

-한국의 본선 성적을 예상해 본다면….

“아주 곤란한 질문이다. 최근 우리 대표팀 경기력도 조금씩 발전해 나가는 것 같고 개최국으로서 누리는 이점도 크니까 기대를 해도 괜찮을 것 같다.”

-한국은 여러모로 축구 주변 환경이 열악한 게 현실인데 장기적으로 한국 축구를 전망한다면….

“11월9일 국가대표팀 트레이닝 센터가 완공됐고 월드컵 10개 개최도시마다 최고 수준의 경기장과 연습장이 건설되어 인프라는 어느 정도 구축된 셈이다. 추운 날씨의 북유럽이나 무더운 아프리카 선수들이 두각을 나타내는 것을 보면 기후 조건이 절대적인 것만도 아니다. 또 우리 선수들의 체격도 과거에 비해 굉장히 좋아졌다. 축구 발전의 관건은 축구인은 물론 국가와 팬, 언론에서 얼마나 투자를 하고 성원을 하느냐에 달린 것 같다.”

-지난해 8월 이후 중단된 한중 축구정기전을 재개하기로 중국측과 합의했다고 밝혔었는데….

“중단됐다기보다 올해는 양국 대표팀 일정이 맞지 않았던 것이다. 중국의 사상 첫 본선 진출 축하를 겸해 내년중 적당한 시기에 경기를 갖는 방안을 협의중이다.”

-월드컵 개회식 때 일본 천황의 방한 문제에 어떤 입장을 갖고 있는지.

“교과서 문제 등으로 우리 국민들의 대일 감정이 남아있긴 하지만 그와 별개로 일본 천황의 방한은 환영할 만한 일이라 생각한다. 일본측의 전향적인 결정을 기대하고 있다.”

-월드컵이 우리나라에 안기는 선물은 무엇일지.

“무엇보다 긍정적인 영향은 국민 통합이라고 본다. 월드컵을 준비하면서, 치르면서, 우리 대표팀을 응원하면서 국민 모두가 뭉치고 단결할 수 있다. 세계적인 이벤트를 치르면서 우리가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자신감도 얻게 될 것이고 수많은 외국인을 맞이하면서 폭넓고 다양한 시각으로 세계를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생산 유발 효과, 실업 해소 등 경제적인 효과는 말할 것도 없다.”

<배극인기자>bae2150@donga.com

▼이연택 위원장 "본선 組추첨 첫시험대…깊은 인상 심겠다"

이연택 위원장은 본선 조 추첨 행사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으면서도 그 동안 체육 행정을 두루 담당해왔던 행정 전문가답게 각 지방 자치단체에 월드컵에 대한 ‘협조’를 부탁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월드컵 개막이 6개월여 앞으로 다가왔는데, 가장 신경쓰고 있는 부분은….

“본선 조추첨이다. 본선 조추첨은 우리나라에서 벌어지는 월드컵의 첫 행사이자 세계에 보여주는 한국의 첫 인상이다. 본선 조추첨 행사는 우리의 문화와 예술을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추첨식 중간중간에 문화 공연이 이어지는데 역대 본선 조추첨에서는 시도하지 않았던 형식이다. 본선 조추첨 행사를 끝내면 조직위의 조직 개편을 하고 본격적인 월드컵 체제로 들어가게 된다.”

-공동 조직위원장 체제에 대해 업무 효율이 떨어진다는 등의 일부 지적이 있는데….

“공동 위원장제라는 것이 흔한 체제는 아닌 것이 분명하다. 합의제라는 어려움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양 위원장의 장점을 살린다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체제이기도 하다. 체육 행정을 담당해온 내 경험과 FIFA 부회장인 정몽준 위원장의 경륜을 살려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가며 차질없이 대회를 준비하고 있다.”

-조직위에서 각 개최 도시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월드컵은 우리나라가 도약할 수 있는 기회다. 각 자치단체 역시 이를 이해하고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지만 좀 더 적극적인 참여가 있었으면 좋겠다. 월드컵 조직위와 지방 자치 단체는 동반자 관계라고 할 수 있다. 월드컵의 효과를 최대화하려면 자치단체의 열의가 필요하다.”

-한국과 일본의 월드컵 준비 상황을 비교해볼 기회가 있었는지.

“일본은 6개 업종에서 공식 공급업체가 모두 선정됐을 정도로 기업의 참여 면에서 우리의 월드컵 준비 상황을 앞서가고 있다. 시민들의 질서 의식에서도 일본이 조금 앞선 것 같다. 우리는 입장권 판매와 자원봉사 교육 등에서 독자적인 인터넷 시스템을 사용함으로써 일본보다 나은 정보기술(IT)강국의 이미지를 FIFA측에 심어준 것 같아 흡족한 면이 있다. 7개의 축구전용 구장을 건설한 것도 세계 축구팬들에게 좋은 인상으로 남을 것이다.”

-일본과의 협력 과정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우선 한일간 항공 노선을 매주 360편에서 470편으로 증편하기로 했다. 물론 향후 항공 수요에 따라 더 증편될 수도 있다. 또 테러 방지를 위한 대응 전략을 협의하고 있고, 정보통신분야에서도 긴밀한 협력을 유지하고 있다.”

-한국팀의 예상 성적은….

“대한축구협회의 노력이 결실을 맺을 것으로 본다. 국민의 염원인 16강 진출을 이뤄내리라 믿는다.”

<주성원기자>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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