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최영묵/누구 위한 광고총량제인가

  • 입력 2001년 11월 27일 18시 29분


다시, 방송광고제도가 논란이 되고 있다. 광고 총량제와 중간광고가 그것이다. 프로그램을 중단하면서 광고를 할 수 있게 해주든지 아니면 잘 팔리는 시간대에 광고를 집중 배치할 수 있게 해주자는 것이 핵심이다.

▼살인적 시청률 경쟁 불보듯▼

재미있는 것은 총량제를 들고 나온 곳은 문화관광부이고 중간광고 허용의 필요성을 주장한 곳은 방송위원회라는 점이다. 문화부는 광고주들과 방송사 등의 요구를 수용하기 위해 국민 정서상 큰 ‘거부감이 없는’ 광고총량제 도입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했고, 방송위원회는 방송정책기획위원회 보고서를 통해 디지털 방송 전환을 위한 재원 마련과 광고계의 숙원 해소를 위해 중간광고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광고 효율성을 제고하여 방송사의 수입을 늘려주고 광고주의 만족도를 높이겠다는 것이다.

그리된다면 늘어난 광고를 볼 사람도, 그 비용을 지불할 사람도 결국 시청자일 텐데 시청자는 안중에도 없다는 태도다. 상식선에서 보통 사람이 납득할 만한 이유나 근거도 별로 없다.

현행 방송법 시행령은 방송 광고시간과 형식, 횟수 등을 규제하고 있다. 우선 프로그램 광고는 전체 방송시간의 100분의 10을 초과할 수 없고 중간광고는 할 수 없지만 토막광고나 자막광고는 허용하고 있다. 시간당 허용량을 보면 프로그램 광고(100분의 10) 6분, 토막광고 3분, 자막광고 1분 등 10분(전체 방송시간의 17.6%)에 이른다. 게다가 협찬고지도 가능하다.

업계에서 총량제를 요구하는 것은 시청률이 높은 시간대에 더 많은 광고를 배치하기 위한 것이다. 주시청시간대의 광고물량은 언제나 넘치기 때문에 총량제가 실시되면 방송사의 수익이 늘어나고 광고 효과도 커질 가능성이 크다. 광고시간을 늘리는 것과 동일한 효과가 발생할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제한적일지라도 총량제를 도입하면 곧이어 중간광고도 허용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총량제로 특정 시간대의 광고가 크게 늘어날 경우 이를 분산 배치하자는 주장이 더 설득력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상황에서 총량제 도입은 방송사와 시청자 모두에게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방송 프로그램은 더욱 시청률에 얽매이게 될 것이고, 시청자는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더 많은 광고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 초래되기 때문이다.

총량제나 중간광고를 허용하자는 주장의 핵심은 방송사 디지털 전환비용 마련과 광고주와 광고업계의 오랜 요구, 외국 상업방송에서 대체로 허용하고 있다는 점 등이다.

먼저 디지털 전환비용 문제를 보자. 방송이 디지털화하면 시청자는 고화질(HD)의 방송에다가 부가서비스 혜택을 누릴 수 있다고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 시청자는 디지털 수상기를 구입해야 하고 유료서비스 혜택에 따른 추가 지출을 할 수밖에 없다. 방송사는 어떤가. 향후 5년간 1조5000억원 이상을 기반구축 비용으로 지출해야 하고, 고화질 방송을 위해서는 제작비가 최소한 두 배 이상 들어가게 된다.

반면에 방송의 디지털 전환으로 실제 혜택을 보는 것은 관련 업계와 정부다. 정부의 예측에 따르면 2005년까지 디지털TV 수상기를 비롯해 방송기기, 방송콘텐츠, 광고 등 관련 산업에 생산 111조원, 수출 277억달러, 무역흑자 19조원, 고용유발 17만명 등 막대한 파급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한다. 수혜자가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것은 기본 상식이다.

▼시청자 볼모 업계 잇속채우기▼

다음으로 광고주와 업계의 오랜 요구라는 것도 별반 설득력이 없다. 도달비용(CPM) 등 간단한 통계만 봐도 국내 방송광고의 요금은 턱없이 낮게 책정되어 왔음을 알 수 있다. 그 대신 지상파 방송은 강력한 독과점 체제를 유지해 왔다. 이런 지상파에 주로 광고를 해 온 것은 대기업이다. 지금까지 수십 년을 싼값에 텔레비전 광고를 해 온 상황에서 광고효과를 더 높이기 위해 총량제 실시나 중간광고 허용을 주장하는 것은 지나치다. 이 밖에도 외국에서는 대부분 허용하고 있다거나 규제완화 운운하는 것은 크게 고려할 가치가 없다. 중간광고를 하지 않는 것이 한국 방송의 대표적 ‘자랑거리’ 일 수 있고, 허용하는 다른 어느 나라도 단일 상업방송이 독점하는 경우는 없기 때문이다.

최영묵(성공회대 신방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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