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한국엔 어떤 영향

  • 입력 2001년 11월 26일 18시 52분


유럽지역에 수출을 하고 있거나 현지법인을 가진 한국 기업들은 코앞으로 바짝 다가온 유로화 통합을 ‘양면을 가진 칼날’이라고 평가했다.

유럽지역에 대한 한국의 수출비중은 올들어 10월까지 200억달러(전체 수출의 15%)로 큰 편은 아니다. 하지만 유로화통합을 계기로 유럽 경제의 움직임이 활발해지면서 한국의 수출기업들에 대한 파장도 적지 않을 전망이다.

대우인터내셔널의 김준호 외환팀장은 “앞으로 유로화가 통일되면 유로존(Eurozone·유로화가 통용되는 지역)내에서 국가간 기업 M&A(인수합병)과 상품이동이 원활해져 2∼3년간은 상대적으로 역외(域外)인 한국기업들의 진입 장벽이 높아질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반면 장기적으로는 유럽지역의 경제가 활성화돼 한국 수출기업의 ‘파이’가 커지고 당장에도 유럽 현지금융기관으로부터 유로화표시의 자금조달이 쉬워지는 장점도 있다는 게 기업의 외환담당자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한편 유럽내 소매점들이 유로화 동전과 지폐, 결제시스템을 일시에 교체해야 하는 바람에 때아닌 특수(特需)를 누리는 국내 수출기업들도 나타나고 있다.

▽전자〓삼성전자는 유로화가 통일되더라도 지역내에서 단기간에 일물일가(一物一價)가 이뤄지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는 가격의 하향 평준화는 진행이 어느 정도 될 것이라는 분석.삼성전자는 이에 대비해 유럽지역 전체의 공급가격을 상향 평준화시켜나가고 있다.

LG전자는 5월 유럽내 8개 법인 자금을 공동관리하는 금융통합센터를 네덜란드 법인 산하에 만들었다. 이곳에서 선진금융시스템 도입을 통한 현금 유동성 확보와 금융비용 절감 효과를 거두고 있다. 특히 그동안 각국 화폐단위에 맞춰져 있던 통화시스템을 유로화로 단일화한 수출입 금융시스템으로 전환하는 작업을 최근 완료했다.

▽자동차〓자동차 업계는 유로화 공식 출범 이후 달러 대비 유로화가 약세로 돌아설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자동차공업협회 김소림 부장은 “유로화가 유럽지역 기축통화로 완전히 자리를 잡게 되면 환율 변동폭이 올해보다는 줄어들어 안정적인 판매전략을 세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자동차 부설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 안수웅 박사는 “미국 테러사태가 진정되면서 유로화가 지속적으로 약세를 보이고 있어 대(對)유럽 수출경쟁력이 악화되고 있다”며 “대 유럽 수출 비중을 줄이고 북미쪽 재고를 점차적으로 늘려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조선〓조선업계는 일단 대부분의 수주 계약이 미 달러화로 이뤄지기 때문에 당장 큰 영향을 없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대우조선 외환업무팀 서재탁 부장은 “유럽의 선주들이 유로화 계약을 고집할 수도 있어 외환리스크를 관리할 수 있는 상품을 찾고 있다”며 “그러나 한편으로는 유럽으로부터 각종 기자재를 구입하는데 있어 계약통화가 단일화되면서 관리가 더 편해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중공업은 대부분의 계약이 미달러화로 이뤄지고 있고 유로화 비중이 1∼2%로 미미하기 때문에 내년에 유로화가 본격적으로 통용된다고 해도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철강〓철강 역시 큰 영향을 없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포항제철은 수출 계약의 대부분이 달러화나 엔화로 이뤄지고 있으며 대 유럽 수출비중이 낮아 유로화 도입으로 큰 영향을 받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포항제철은 유럽의 각국 통화로 표시된 부채(미화 3000만달러 상당)를 유로화로 대체했으며 유럽 국가와의 계약이 이미 유로화로 이뤄지고 있어 유로화 통용으로 크게 달라질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유로화 통합 특수〓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에 따르면 유로화 화폐 전환에 따라 현금을 세는 현금계수기, 위폐여부를 가리는 감식기 등이 한꺼번에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부 전자저울 생산업체 동전인식기업체들에는 유럽지역으로부터 급한 주문이 폭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광현·신치영·박정훈기자>kkh@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