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탄소나노튜브 FED 국내연구진 첫 개발 성공

  • 입력 2001년 11월 25일 18시 19분


‘꿈의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불리는 ‘탄소나노튜브 FED(Field Emission Display)’를 국내 연구팀이 세계 최초로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서울대 물리학과 임지순(任志淳) 교수와 삼성SDI 김종민(金鍾玟·상무) 박사팀은 “3년여 간의 공동연구 끝에 탄소나노튜브를 ‘전자총’으로 사용하는 7인치 FED를 개발해 최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심포지엄에서 시연(試演)했다”고 25일 밝혔다.

이번에 개발된 탄소나노튜브 FED는 기존 플라스마 디스플레이 패널(PDP)이나 액정화면표시장치(LCD)보다 제조 공정이 간단해 가격이 싸면서도 화질이 우수해 연간 수십조원에 이르는 미래 디스플레이 시장을 석권할 것으로 예상되는 제품.

두께도 PDP의 30% 수준인 1인치에 불과하고 대형화가 손쉬워 벽걸이 TV와 프로젝션 TV, 컴퓨터 모니터, 휴대용 전화기 액정화면, 개인휴대정보단말기(PDA) 등 대부분의 디스플레이가 향후 10년 이내 FED로 완전 교체될 것으로 예상된다.

임 교수는 “이번에 개발된 제품은 스크린프린팅 방법으로 평판 뒷면에 탄소나노튜브를 칠하기만 하면 자연적으로 전자가 방출되기 때문에 반도체칩 삽입 공정이 필요한 LCD나 평판 사이에 플라스마를 넣어야 하는 PDP에 비해 가격 경쟁력이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삼성SDI측은 “이번에 개발된 7인치 제품은 화질이 TV 브라운관 수준으로 내년 말경에는 고화질의 대화면 제품의 개발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본격적인 양산은 기존의 디스플레이 제품을 대체할 신규 수요가 발생하는 시점에 시작될 것”이라고 밝혔다.

세계적 과학잡지인 미국 네이처지(誌)도 최근 국내 연구팀이 이번에 개발한 탄소나노튜브 FED의 우수성 등을 소개하는 기사를 실었다. 네이처지는 “탄소나노튜브를 전자총으로 사용할 경우 낮은 전압에서도 전자를 쉽고 가늘게 방출하므로 다른 디스플레이 제품에 비해 열효율이 높고 화질이 우수하다”며 제품의 기술력을 높이 평가했다.

현재 일본 소니가 몰리브덴을 전자총으로 활용하는 FED를 개발 중이며 캐논과 도시바도 합작법인을 만들어 팔라디움 옥사이드(PDO)를 전자총으로 하는 제품을 연구하고 있다. 이들 제품은 국내 연구팀이 개발한 것보다 경제성 측면에서 뒤지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탄소나노튜브 FED란▼

탄소나노튜브를 전자총으로 활용해 평판에 화면을 구현하는 차세대 디스플레이. 탄소나노튜브는 6각형 모양으로 결합된 탄소들이 서로 연결돼 안이 비어 있는 튜브 모양의 신소재로 전원을 연결하면 안정적으로 전자를 방출하는 특징을 갖고 있다.

<박정훈기자>sunshad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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