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공적자금이 펑펑 샌다

  • 입력 2001년 11월 23일 19시 13분


공적자금 운용 실태에 대해 특별감사를 벌인 감사원이 공적자금을 지원 받은 부실기업 전 대주주들의 국내외 은닉 재산을 수조원이나 찾아내는 성과를 올렸다. 10여개 부실기업의 전 대주주들이 해외로 도피하거나 은닉한 재산 규모가 무려 4억달러(약 5000억원)에 이른다고 한다.

공적자금 회수 업무를 전담하는 예금보험공사도 이달 초 김우중(金宇中) 대우그룹 전 회장 등이 국내외에 숨겨놓은 수천억원대의 재산을 찾아냈다고 발표했지만 이번에 감사원이 밝혀낸 부분은 예금보험공사가 모르고 있던 것들이다. 감사원이 7개월 동안 감사를 벌여 이렇게 막대한 은닉재산을 찾아낼 수 있었다면 예금보험공사는 무얼 하고 있었느냐 하는 의문이 생긴다.

감사원은 이번에 특별감사를 진행하면서 국세청 관세청과 은행 등의 협조를 받았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예금보험공사는 감사원처럼 정부 기관의 폭넓은 도움을 받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하니 지휘감독 책임이 있는 재정경제부는 공사에만 맡겨 놓고 구경만 하고 있었는지 묻고 싶다.

기업주들의 재산 은닉이 공적자금이 새는 큰 구멍이라면 예금보험공사 임직원들의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는 작은 구멍이다. 감사 결과에 따르면 예금보험공사의 직원인 파산관재인들이 부실기업의 법인골프 회원권을 매각하지 않고 골프를 하는 등 도덕적 해이를 보여주었다.

감사원이 뒤늦게 밝혀낸 은닉 재산 중에는 이미 회수하기 어려운 상태인 것들도 상당히 있었다. 예금보험공사가 일찍 찾아내 손을 썼더라면 회수율을 높일 수 있었으리라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100조원이 넘게 조성된 공적자금 중에서 회수하지 못하는 부분은 모두 국민 부담으로 돌려지게 된다.

엄청난 돈이 들어갔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조성된 자금만으로 금융 및 기업구조조정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전망이 밝지 않다. 허술하게 공적자금을 관리해놓고 또 다시 공적자금을 조성하겠다는 논리를 편다면 그 때는 국민이 납득하지 못할 것이다. 은행돈을 빌려 사업을 하다가 회사를 망하게 하고 돈을 빼돌린 부도덕한 기업주들은 끝까지 추적해서 재산을 철저히 회수해야 한다. 어려운 여건에서 힘들게 기업을 꾸려나가는 선량한 기업인의 의욕을 꺾지 않기 위해서도 왜곡된 기업문화를 바로잡아야 한다.

감사원 특감을 계기로 부실기업주들의 은닉재산 추적과 회수를 위해 정부가 더 강력한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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