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최화경/동해의 ‘열대어’

  • 입력 2001년 11월 23일 18시 30분


다른 바다에 비해 물이 찬 편인 동해에선 30년 전까지만 해도 명태가 지천으로 잡혔다. 겨울 바다에 그물을 던지기만 하면 알배기 명태가 가득 올라왔다. 명태는 대표적인 한류성 어종이다. 섭씨 1∼5도의 찬물에서만 산란하기에 겨울이 되면 명태 떼가 동해를 찾아왔다. 그러나 요즘 동해에서는 명태를 만나기가 쉽지 않다. 출어해봤자 빈 그물만 건져 올리기 일쑤고 값도 비싸 주부들이 한 마리 사려면 큰맘을 먹어야 한다.

▷명태 대신 동해의 주인자리를 꿰찬 물고기는 고등어 멸치 오징어 등이다. 명태와 달리 이들은 따뜻한 물에서만 산다. 올 8월 울진 원자력발전소 냉각용 바닷물 취수구를 막아 원전 가동을 중단시켰던 해파리도 본래 동해에는 없던 난류성 생물이다. 수온이 올라가자 명태는 더 북쪽의 찬물을 찾아 떠나고 그 자리에 이들이 몰려든 것이다. 찬물과 상극인 적조가 속초 앞바다까지 퍼지는 것도 수온 상승과 무관하지 않다.

▷기후 변화를 감지할 수 있는 현상은 이 밖에도 많다. 꽃이 점점 빨리 피는 것이 그렇고 첫눈이 점점 늦게 내리는 것 또한 그렇다. 모두 걱정스러운 지구 온난화의 징조들이다. 지구가 더워지고 있는 사실은 기상청이 최근 발표한 ‘한반도 기후표’에서도 포착된다. 겨울에 삼한사온이 희미해지는 대신 기온은 오르고, 여름에 장마는 짧아지면서 집중호우와 열대야가 느는 게 하나같이 그렇다. 엊그제에는 빙하가 녹아 해수면이 높아지는 바람에 남태평양의 조그만 섬나라 투발루군도가 바다에 잠기게 됐다는 보도도 있었다.

▷그런 마당에 이번에는 독가시치가 동해 울릉도 근해를 떼지어 다닌다는 얘기다. 낚시로도 하루에 100∼200마리는 너끈히 건져 올린다고 한다. 농어와 닮은 독가시치는 서태평양의 열대와 아열대 해역에 사는 물고기다. 제주도 근처에서도 나온다고는 하지만 물이 차다고 하는 울릉도 앞바다까지 진출했다는 사실은 예사롭게 들리지 않는다. 단순히 따뜻한 조류를 타고 온 것이라면 다행이나 동해의 수온이 독가시치가 살 수 있을 만큼 오른 때문이라면 문제가 달라진다. 앞으로 닥칠 자연 재앙의 전조일 수도 있으니까.

<최화경논설위원>bb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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